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중동 전쟁 충격이 한국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 증시 급락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마저 번지는 분위기다.
9일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마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지난해 겨우 1% 성장했고 올해는 2% 성장이 예상됐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성장률이 1%대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성장률은 떨어지고 물가는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유가 급등이 촉발한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는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까지 흔드는 금융시장 ‘연쇄 충격’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장중 119달러 넘게 치솟으며 120달러 코앞까지 올랐다. 브렌트유 역시 WTI와 비슷한 상승 흐름을 보이며 119.50달러를 터치했다. WTI 가격이 100달러를 넘은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 충돌 가능성이 커질 경우 원유 수송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제유가 급등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봉쇄 가능성만으로도 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도 1500원선을 넘봤다. 앞서 지난 4일 새벽 야간 거래에서는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넘어 2009년 이후 약 17년 만에 해당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1490원대로 출발하며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서 등락했다. 이날 장중 환율은 최고 1498.90원까지 올랐고 오후 4시 17분 기준 1494.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중동 사태 직전인 지난달 27일 1439.7원이던 환율은 불과 열흘 사이 60원 가량 뛴 셈이다.

증시 역시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장중 8% 넘게 급락,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으며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대규모 매도에 나서면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33포인트(5.96%) 하락한 5251.87에 마감했고 코스닥은 52.39포인트(4.54%) 내린 1102.28에 거래를 마쳤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 ‘아킬레스건’…유가·환율·증시 삼중 충격
유가‧환율‧증시 충격은 연쇄적이면서도 동시적으로 한국 경제에 가해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환율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을 더 키운다. 여기에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치면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물가 상승은 예견된 일이다. 한국은행은 환율과 유가가 각각 10%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대 0.6%포인트(p)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한은이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할 당시 전제한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4달러였지만 현재 국제유가는 100달러를 넘어섰다.

연평균 유가가 100달러 수준에서 유지되고 환율 상승이 이어질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대 물가 기록은 러-우 전쟁 발발 이후인 2023년 3월이 마지막이었다.
이처럼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취급됐다. 지난해 통관 기준 전체 수입액 가운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에 달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무역수지와 물가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 상승이 동시에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는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 정세가 얼마나 장기화되는지가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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