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살아났는데”…면세업계, 중동 전쟁 변수에 '긴장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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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상황 악화로 정부가 전세기를 투입한 가운데 9일 새벽 아부다비를 출발한 정부 전세기 탑승객들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가족을 만나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긴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려던 면세업계가 중동 전쟁이라는 변수를 만나 다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9일 한국관광공사 외국인 방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1893만70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8% 이상 증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중국 단체 관광 재개와 일본·동남아 관광객 증가가 맞물리면서 시내 면세점 매출도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

원화 약세에 따른 고환율 기조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상대적인 가격 메리트를 제공하며 패션과 화장품 중심의 구매 확대를 이끌었다. 업계는 올해를 실질적인 경영 정상화의 원년으로 삼아 대대적인 매장 리뉴얼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 이후 이란과의 긴장이 높아지며 국제 정세 불안이 확산되자, 글로벌 항공 노선 운항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미 일부 항공편의 취소와 우회 운항이 이어지며 수만건의 예약 취소가 보고되는 등 관광 산업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태다. 면세업은 외부 충격에 가장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국내 면세시장 매출이 2019년 24조8000억원에서 2020년 15조5000억원으로 37% 급감했던 사례에서 보듯, 국제적 불안 요소는 곧바로 여행 수요 위축과 실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매출의 80% 가량을 외국인 소비에 의존하는 특성상, 관광객의 흐름이 막히는 것은 산업의 존립을 흔드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서 여행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롯데면세점은 2024년 6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던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의존도를 낮추고 개별 관광객(FIT)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하는 등 사업 구조 개선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 매출 2조295억원, 영업이익 40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최근 롯데는 인천국제공항 DF1 구역(향수·화장품) 사업권을 확보하며 공항 면세점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다만 환율 상승으로 직매입 상품의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면세점은 수입 브랜드 상품 비중이 높아 환율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다.

신라면세점도 실적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수익성 회복 과제는 남아 있다. 호텔신라 면세(TR) 사업부는 2025년 1~3분기 누적 기준 매출 2조5437억원, 영업손실 3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영업손실 규모는 줄었지만 고환율 등 대외 변수로 면세 부문 수익성 개선 속도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라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등 해외 공항 면세점을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해외 사업 수익성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공항 면세점과 시내 면세점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을 중심으로 명품 브랜드를 확대하고 체험형 쇼핑 공간을 조성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최근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재편 과정에서 일부 구역 운영권이 경쟁사로 넘어가면서 시내 면세점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명동 본점 등 시내 면세점의 브랜드와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항 면세점 재편 자체만으로도 시장 경쟁 구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중동 전쟁 변수까지 더해지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중동 전쟁이 당장 면세업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요 고객이 중국과 아시아 관광객인 만큼 중동 전쟁이 당장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환율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면세업계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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