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50달러도? 석화업계 ‘불가항력’ 선언…국내 산업계 도미노 확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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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태 초기 “우려 단계”에 머물던 충격이 불과 일주일 만에 현실화되며, 에너지 가격 급등이 반도체·석유화학·항공 등 산업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블룸버그와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5.99달러(약 17%) 급등한 배럴당 106.89달러를 기록했다. WTI가 100달러 선을 넘어선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배럴당 107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주에만 약 28%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약 15% 추가 상승했다.

유가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동발 공급 충격이다. 이란 전쟁이 개전 2주 차에 접어들며 확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공급 불안이 급격히 커졌다.

여기에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움직임까지 겹치며 시장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쿠웨이트석유공사(KPC)는 지난 7일부터 하루 10만 배럴 감산에 들어갔고, 8일부터는 감산 규모를 세 배 수준으로 확대했다. 카타르와 쿠웨이트 역시 저장 시설 부족을 이유로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회사 ADNOC도 해상 유전 생산량을 관리하는 등 공급 조절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더 치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 장관은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2~3주 내 배럴당 150달러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2008년 기록했던 140달러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시장은 ‘경고 단계’였다. 지난 3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77달러 수준으로 전쟁 발발 직후 약 6%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와 중동 확전 가능성이 겹치면서 유가는 단기간에 30달러 가까이 뛰었다.

국내 산업계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가져올 연쇄 충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전력과 원재료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이 7차례에 걸쳐 약 70% 인상된 전례가 있어 산업계는 재차 전기료 인상 압박이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전력 사용량이 막대한 대표 업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전력 비용 상승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납사 등 주요 원료 가격이 유가와 연동되는 구조인 만큼 원가 상승 압박이 불가피하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구조 재편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비용 부담까지 겹치면 업황 회복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 정제마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수요 위축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국제유가 변동이 2~3주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며 “최근 상승세가 이어지면 국내 기름값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역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항공사 비용 구조에 직접적인 압박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유는 항공사 영업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유럽이 겪었던 에너지 위기와 유사한 상황이 아시아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는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인 만큼 가격 상승은 결국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충격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이른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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