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조작 기소’ 의혹이 일파만파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에서 잇따라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 방식과 권한 구조가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특정 사건의 사실관계를 넘어 수사 과정에서의 진술 확보 방식과 증거 관리 문제까지 거론되며 검찰권 행사 전반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번 논란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쟁과 정부 공소청법 수정안 재검토 요구로까지 번지는 흐름이다.
◇ 공소청 전환 앞두고 검찰개혁 논쟁 재점화
논란의 출발점은 윤석열 정부 당시 진행된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다. 최근 공개된 녹취록에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재명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근거로 검찰이 사건의 결론을 미리 정해두고 진술을 맞춰가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핵심 인물들의 진술이 번복되거나 수사 단계별로 진술 내용이 달라졌다는 점도 논란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검찰이 확보한 진술과 정황 증거를 토대로 기소를 강행했지만, 사건의 핵심인 ‘대북송금과 정치권 연관성’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는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수사 방식이 결과를 정해놓고 사건 구조를 맞춰가는 ‘표적 수사’의 전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검찰 수사를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국가기관이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건을 왜곡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안 의원은 조작 기소 의혹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관련 사건 공소 취소와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청래 당대표는 6일 전남 영광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공개된 녹취록을 언급하며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검찰이 진술을 요구하며 압박했다는 내용까지 나온 만큼 이는 수사가 아니라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조작 기소는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는 국가폭력”이라며 “민주당은 검찰의 증거 조작과 조작 기소를 철저히 단죄하고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또 조작기소 논란과 관련해 정치권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장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작 기소 공소취소’ 관련 국민청원 심사를 즉각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 등 공소취소 및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약 7만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 법사위에 회부됐다. 전 의원은 “근거 없는 증거 조작과 날조로 점철된 기소는 법 집행이 아니라 국가폭력이며 인권 유린”이라며 “오염된 증거에 기반한 공소는 취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조작 기소와 관련한 정치권의 비판과 대응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 수사 과정뿐 아니라 증거 관리 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해 서울남부지검에서 불거진 이른바 ‘관봉권 띠지 폐기’ 사건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이 사건은 압수된 5,000만원 관봉권을 묶고 있던 띠지가 수사 과정에서 폐기되면서 자금 출처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사라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안이다.
하지만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을 조사한 상설특검은 관련자들을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특검은 압수목록 기재 부실과 원형 보존 범위에 대한 불명확한 지휘, 압수물 관리 과정의 소통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실무상 과실’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범죄 수사의 핵심 증거가 사라진 사건을 단순 과실로 정리한 결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국회 청문회에서 관련 수사관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던 점도 논란을 키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범죄 수사의 핵심 증거가 사라지고 자금 출처 추적까지 불가능해졌는데도 책임자는 없고 ‘실무상 과실’이라는 결론만 남았다”며 “금융범죄 중점검찰청에서 벌어진 사건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그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편 시민사회와 당원단체들도 검찰개혁 방향을 둘러싼 논쟁에 목소리를 보탰다. 더불어민주당 당원단체 7곳(민민운·민대련·세종강물·부산당당·민경네·파란고양이·더민실)은 6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김용민 의원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 중인 공소청법 개정안을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제출한 2차 수정안에 대해 “정부안이 아니라 사실상 검찰안”이라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특히 대통령령 등을 통해 검찰에 직접 수사권을 부여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검찰이 간판만 바꿔 다시 수사권을 쥐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며 검찰에 직접 수사권을 남기는 법안은 개혁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하는 검찰개혁 방향도 이 같은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김 의원은 검찰개혁의 핵심을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에 두고 있다. 공소청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보완수사권 등 형태로 검찰에 수사권이 남게 되면 결국 간판만 바뀐 ‘제2의 검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건 송치 부활이나 예외적 보완수사권 부여에 반대하면서 검사가 직접 수사에 관여하는 대신 보완수사 요구권과 기소 전 조사 제도 등을 통해 공소 유지를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이 검찰개혁 이후 남은 제도 논쟁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 입법이 추진되면서 검찰 권력 구조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공소청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검찰에 어느 수준까지 보완수사권을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 사이에서 첨예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조작 기소 의혹과 증거 관리 논란이 동시에 불거진 상황에서 검찰에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