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뷰에서 시작된 이야기… ‘살목지’, 금기의 공간으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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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목지’가 신선한 공포를 예고한다. / 쇼박스
영화 ‘살목지’가 신선한 공포를 예고한다. / 쇼박스

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괴담이 떠도는 저수지, 그리고 로드뷰에 찍힌 정체불명의 형체. 영화 ‘살목지’가 현실의 익숙한 기술에서 출발해 금기의 공간으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단편 호러로 감각을 쌓아온 이상민 감독은 첫 단독 장편에서 ‘물’이 지닌 공포를 전면에 내세웠다.

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살목지’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이상민 감독과 배우 김혜윤·이종원·김준한·김영성·오동민·윤재찬·장다아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살목지’는 로드뷰에 정체불명의 형체가 포착된 뒤 재촬영을 위해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검고 깊은 물 속의 존재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공포 영화다. 기이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저수지를 배경으로 금기의 공간에 발을 들인 인물들이 겪는 공포를 담는다.

◇ ‘로드뷰’에서 출발한 이야기

단편 ‘함진아비’ ‘돌림총’, 최근 개봉한 장편 ‘귀신 부르는 앱: 영’ 등을 통해 호러 장르에서 감각을 구축해 온 이상민 감독은 이번 ‘살목지’를 통해 단순한 괴담 재현을 넘어 로드뷰라는 익숙한 디지털 환경에서 출발한 설정을 금기의 공간으로 확장했다. 일상에서 접하는 디지털 이미지가 공포의 단서가 되는 구조다. 현실 공간을 기록하는 기술이 공포의 출발점이 된다는 설정이 특징이다.

‘살목지’의 공포는 단순히 귀신의 등장에 의존하지 않는다. 물과 땅의 경계가 흐려지는 공간적 불안,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의 흔적을 감지하는 장치들이 결합돼 심리적 긴장을 형성한다. 수면에 비친 반사 이미지나 물가에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물의 특성을 활용한 공포 설계는 작품의 차별화된 지점으로 꼽힌다.

이상민 감독은 공포영화에서 인물이 금기의 장소로 들어가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만드는 과정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포영화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금기시된 장소에 왜 가는가’”라며 “관객을 설득하면서 공포를 따라갈 수 있게 하기 위해 동기를 잘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로드뷰’였다. 이상민 감독은 “평소 로드뷰 보는 걸 좋아하는데 어느 지점에서 화면이 끊겨 있는 걸 봤다”며 “왜 여기까지만 찍혀 있을까,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하다 보니 로드뷰를 찍으러 살목지로 가는 이야기가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살목지’로 의기투합한 (왼쪽부터) 이상민 감독과 배우 김영성·윤재찬·장다아·이종원·김혜윤·김준한·오동민. / 뉴시스
‘살목지’로 의기투합한 (왼쪽부터) 이상민 감독과 배우 김영성·윤재찬·장다아·이종원·김혜윤·김준한·오동민. / 뉴시스

◇ ‘물’과 ‘공간’이 만드는 공포

사람을 홀리고 끌어들이는 물의 속성 역시 작품의 공포를 증폭시키는 중요한 장치다. 이상민 감독은 공간이 주는 음산함과 물과 땅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을 이 영화의 차별화 포인트로 짚었다. 연출 역시 물이 가진 특성을 활용해 공포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상민 감독은 “수면에 반사된 모습이라든가 물가에서 절대 들릴 리 없는 소리가 들린다든가 그런 특성을 활용해 절대 빠져나가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공간적 공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또 다른 주인공인 ‘살목지’라는 공간을 찾고 이를 영화적 공간으로 완성하는 과정 역시 제작진에게 중요한 과제였다. 이상민 감독은 사람의 머리를 연상시키는 나무들이 자라나고 낮과 밤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왕버들 군락지를 주요 촬영 무대로 설정했다.

여기에 마치 사람처럼 늘어서 있는 돌탑을 쌓아 공간이 지닌 기괴한 분위기를 강화했다. 자연 풍경과 인위적인 요소가 뒤섞이면서 서사와 연결되는 미스터리한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로드뷰 촬영과 공포 탐방이라는 설정에서 착안한 장치들도 눈길을 끈다. 360도 파노라마 카메라는 사방으로 확장된 시야를 통해 어디에서 무엇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을 형성한다. 모션 디텍터는 보이지 않는 존재의 움직임을 감지하며 인물의 공포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귀신과의 교신을 시도하는 고스트박스에서 흘러나오는 정체불명의 전파음은 설명하기 어려운 섬뜩함을 더한다. 

몰입도 높은 열연을 보여줄 (왼쪽부터)김혜윤·이종원·김준한. / 뉴시스
몰입도 높은 열연을 보여줄 (왼쪽부터)김혜윤·이종원·김준한. / 뉴시스

◇ 김혜윤·이종원·김준한, ‘살목지’로 향한 인물들

베테랑과 신예가 어우러진 배우진 역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먼저 김혜윤은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극을 이끄는 수인 역을 맡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김혜윤은 “물귀신이라는 소재가 신선하게 다가왔고 수인의 절제된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며 “행동보다 눈빛과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 많아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도 김혜윤의 연기를 높이 평가했다. 이종원은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체력이 놀라웠다. 공포영화에서 중요한 눈빛이 굉장했다”고 했고, 김준한은 “묵직하게 작품을 끌고 가는 힘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종원은 수인의 전화를 받고 살목지로 향하게 되는 PD 윤기태 역을 맡아 스크린 첫 주연에 도전한다. 그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직진형 인물”이라며 “수인과 서로를 지키려 하는 관계 속에서 다양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한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이끄는 우교식 역으로 긴장감을 더한다. 그는 “교식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라며 “답이 쉽게 내려지지 않는 미스터리 속에서 이야기가 흘러가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김영성(송경태 역), 오동민(송경준 역)이 촬영팀으로 등장해 현실적인 호흡을 더하고, 윤재찬(장성빈 역)과 장다아(문세정 역)가 MZ 커플로 합류해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이상민 감독은 “각 캐릭터의 개성이 강해 균형을 맞추는 데 고민이 된 장면도 있었지만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캐릭터를 완성해 줬다”며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배우들은 SCREENX와 4DX 등 특수관 상영을 통한 몰입형 공포 체험을 강조했다. 김준한은 “특수관에서 보면 공포 장르의 체험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고 이종원은 “오감을 자극하는 공포를 극장에서 경험해 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혜윤 역시 “출구 없는 영화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살목지’는 오는 4월 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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