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HMM의 본사 부산 이전을 둘러싼 긴장감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이전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며 공고히 하자 노조가 총파업과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맞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관심을 모았던 본사 이전 안건은 이번 주총에 상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HMM의 본사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민간 해운기업 부산 이전’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해양수산부 이전, 해사국제상사법원 설치에 이어 동남권 투자공사 설립은 물론 HMM 이전도 곧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2일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황종우 후보자 역시 “부울경을 해양 수도권으로 육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HMM 이전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해양 수도 전략과 해양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그 큰 틀 안에서 공공기관과 HMM 이전 문제도 함께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본사 이전의 구체적인 추진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사퇴 이후 정책 컨트롤타워가 재정비 단계에 있고, 노조 반발도 거센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장관이 정식 임명되면 절차에 따라 순차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며 “현재는 노사 협상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정보 접근성, 인재 확보, 유관 기관과의 협업 등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HMM 본사는 수도권이 가장 적합하다고 맞서고 있다. 또 강제적인 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력 이탈과 조직 해체는 결국 노동자의 고용 불안으로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노조는 이사회에서 본사 소재지 변경을 위한 정관 개정안이 노사 합의 없이 의결될 경우 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고, 주총 특별결의에 대해서는 효력정지 가처분 또는 이전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5일에 진행되는 교섭에서 주총 안건을 합의 없이 상정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지 못할 경우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조정 신청에 나설 방침이다. 이달부터는 본사 앞 집회를 정례화하고 내달에는 청와대 앞에서 조합원 총회 및 총파업 결의대회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맞물려 HMM 매각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HMM은 한국산업은행이 지분 35.42%, 한국해양진흥공사가 35.08%를 각각 보유한 공동 최대주주 체제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HMM 매각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밝히면서도 “정부가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전 문제를 마무리한 이후 매각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포스코홀딩스와 동원그룹 등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매각 공고조차 이뤄지지 않아 절차는 사실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HMM 본사 이전과 관련해 전문가는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목적과 기업 경쟁력이라는 현실적 과제가 충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 “국가 차원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HMM을 부산으로 이전하고자 하는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다”며 “일정 부분 기업 경쟁력을 감수하더라도 국가적 과제를 달성하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운업은 화주와의 접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내 주요 화주의 상당수가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 거점이 서울을 벗어나면 시장 대응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교수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별개의 문제”라며 “공기업이 아닌 글로벌 해운사로서 HMM의 시장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동 지역 긴장 고조도 변수로 떠올랐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해운 시황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HMM 관계자는 “운임 상승과 물동량 감소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적 상황”이라며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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