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인하안 보류…제약업계 "RD 위축 우려"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정부가 추진해온 제네릭(복제약) 중심의 약가 인하 정책이 업계 반발과 파급효과 우려에 부딪히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약가제도 개편안은 당초 빠른 의결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일단 논의가 미뤄지면서 제약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약가제도 개편안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애초 지난달 25일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업계와 노동계가 충분한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면서 일정이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국산 전문의약품(제네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약가 인하 정책의 유예를 공식 촉구했다. 협회는 제네릭 약가를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수준에서 40%대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상당수 제약사의 수익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개편안은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산업 구조를 신약 개발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업계는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수 기업이 제네릭 판매를 통해 확보한 수익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 구조인 만큼, 약가 인하가 곧바로 연구개발 여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제네릭을 단순히 조정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신약 개발을 지탱하는 산업 생태계의 한 축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제도 설계의 완성도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 약가 인하가 단순한 가격 조정에 그쳐서는 안 되며, 제약산업의 혁신 역량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약가를 일괄적으로 낮추는 방식만으로는 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혁신 R&D를 수행하는 기업에 대한 우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필수 제네릭의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 정책 목표 간 균형점을 찾기 위해 업계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일정 조정이 개편안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연내 시행을 목표로 재정 상황과 정책 우선순위를 종합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관리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약가 조정 논의가 완전히 중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한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은 제네릭 제조사가 동시에 신약 개발을 추진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제네릭 판매 수익이 연구개발의 주요 재원이라는 점을 약가제도 설계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네릭 생태계는 신약 개발과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성장해야 할 산업의 핵심 축"이라고 덧붙였다.

약가 인하를 통한 재정 건전성과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목표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정부가 어떤 절충안을 마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약산업의 체질 개선과 건강보험 재정 안정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풀어낼 해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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