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한화손해보험이 지난해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을 1조원 이상 쌓아 올리며 미래 수익 기반을 키웠지만, 정작 보험 본업 수익성은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외형 확장과 체질 개선이 동시에 진행됐다면, 올해 경영 초점은 ‘확장 이후 내실’에 맞춰지고 있다.
4일 한화손보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611억원으로 전년(3823억원) 대비 5.6% 감소했다. 보험업계 전반이 손해율 상승과 예실차 부담으로 실적 둔화를 겪은 점을 감안하면 감소 폭은 크지 않았다.
한화손보의 순이익은 모회사인 한화생명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3133억원)을 웃돌았다. 연결 기준으로도 한화생명 전체 순이익의 40% 이상을 책임지며 그룹 실적을 사실상 떠받쳤다.
같은 기간 신계약 CSM은 1조291억원으로 전년(7410억원) 대비 38.9% 증가했다. 보유계약 CSM도 4조694억원으로 7.0% 늘었다. CSM은 향후 보험계약에서 인식될 이익을 현재가치로 계상한 금액으로, 보험사의 미래 수익 기반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장기보장성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전략이 수치로 나타난 셈이다.

하지만 본업 성적표는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 보험손익은 3077억원으로 전년(3982억원) 대비 22.7% 감소했다. 자동차보험은 557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확대됐고, 일반보험손익도 12억원에 그치며 전년(311억원) 대비 96% 급감했다.
장기보험 역시 부담이 이어졌다.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은 99.7%까지 상승했고, 실손보험 손해율은 119.2%를 기록했다. 원수보험료의 78.7%를 차지하는 장기보험 부문에서 손익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이다. 이에 보험금 예실차는 -1062억원으로 전년(129억원 흑자) 대비 적자 전환했다.
그럼에도 순이익 감소 폭이 제한된 배경에는 투자손익이 있었다. 지난해 투자손익은 6134억원으로 전년 대비 21.4% 증가했다. 금리 환경 변화와 금융시장 변동성,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등이 반영됐다. 결과적으로 ‘투자로 방어한 실적’ 구조가 형성됐다. 다만 투자이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만큼, 본업 체력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적 안정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여성보험, ‘질적 성장’의 중심축
한화손보의 전략 축은 여성 특화 보험이다. 2023년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 출시 이후 ‘2.0·3.0·4.0’으로 상품을 고도화하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임신·출산·난임·완경 등 기존 보험에서 보장 공백으로 지적돼온 영역을 적극 담보화하며 차별화를 꾀한 덕분이다.
그 중에서도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의 지난 1월 기준 누적 원수보험료는 6171억원에 달한다. 배타적사용권도 다수 확보하며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여성보험 확대는 신계약 CSM 증가로 이어졌다. 단기 판매 확대를 넘어 장기계약 중심의 구조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질적 성장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다만 CSM이 실제 이익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손해율 안정과 계약 유지율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 캐롯 합병…외형 확대 이후 ‘수익화’ 시험대
또 다른 축은 캐롯손해보험 흡수합병이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10월 캐롯을 합병하며 자동차보험 외형을 확대했다. 합병 이후 자동차보험 매출이 1조1000억원 수준으로 늘며 업계 5위 자리에 올랐다.
온라인(CM) 채널과 2030세대 고객층에 강점을 지닌 캐롯과의 결합으로 온·오프라인 채널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는 분석이다. 핵심은 자동차보험 고객을 장기보험 고객으로 전환하는 구조다. 디지털 채널을 통해 유입된 젊은 고객을 여성보험 등 장기보장성 상품으로 연결하는 ‘자동차보험 외형 확대→장기보험 수익화’ 모델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자동차보험 시장이 구조적 적자 구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외형 확대가 수익성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적자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개선하느냐가 합병 효과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 연임 앞둔 나채범…‘확장 이후 내실’ 과제
나채범 대표는 2023년 취임 이후 여성 특화 전략과 캐롯손해보험 합병을 앞세워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왔다. 지난해 2월 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최고경영자 후보로 재추천되며 사실상 연임 수순을 밟고 있다. 재선임 여부와 임기는 오는 18일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신계약 CSM 1조원 돌파와 디지털 채널 확장은 분명한 성과지만, 투자이익에 기댄 실적 구조에서 벗어나 보험 본업의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난제가 남는다. 외형 확대를 넘어 수익의 질을 입증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의미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은 사고 발생 증가 등의 영향으로 손해율 부담이 커진 측면이 있다”며 “여성 특화 보험을 중심으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시니어와 유병자 시장에서도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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