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심지원 기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정세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까지 출렁이자 정유·석유화학·해운·항공·조선·방산 업계가 일제히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이번 사태의 최대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이 해협은 전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약 20~27%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3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 개시 이후 첫 거래일인 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TTF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 근월물 종가는 1MWh당 44.51유로로 전 거래일 대비 40% 급등했다. 동북아 LNG 가격지표인 일본·한국 마커(JKM)도 100만BTU당 15.068달러로 40% 올랐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 카타르에너지(QE)가 이란 드론 공격 여파로 라스라판 LNG 시설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히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확대된 영향이다. 우리나라는 원유의 약 70%, LNG의 2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산업 전반에 연쇄 충격을 예고한다. 현대차증권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고 확전으로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가 100달러를 상회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확대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원가 부담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원유 가격 급등은 단기적으로 재고 평가이익을 안길 수 있지만, 경기 둔화로 제품 수요가 위축될 경우 정제마진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납사를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업계는 제품 가격은 정체된 채 원재료 가격만 오르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정유사들은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각 사별로 1개월 내외의 자체 원유 재고를 보유하고 있고, 정부도 원유와 석유제품 208일분을 비축하고 있다”며 “현재는 비축분을 토대로 대응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정부의 비상대응 방침에 맞춰 대체 도입선과 유종을 탐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해운업계도 긴장 속에 시나리오 점검에 나섰다. 유조선과 벌크선 비중이 높은 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 시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 상승 가능성도 거론된다. HMM은 해당 지역을 오가던 선박 1척이 해협 안쪽에서 빠져나왔고, 6~7척이 인근 해역에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는 중동 사업 확장 전략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카타르 국영 조선소와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중동 시장 확대에 나선 상태다. 방산업계는 단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중동 내 군비 수요 확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항공업계는 유가와 환율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대한항공은 중동 정세 악화에 따라 두바이 노선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업은 유가와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라 파생상품을 통한 헤지와 선구매 연료 활용 등 기본 대응 방안을 가동 중”이라며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유류비와 외화비용 상승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동 비상대응반을 가동해 선박 운항과 수급 상황을 일괄 관리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전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중동 리스크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가·환율·물가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가 현실화할 경우 산업계 전반이 ‘고비용·저성장’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