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자사주 소각이 선택이 아닌 의무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주주환원 행보도 한층 빨라지는 분위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통과된 개정안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의 원칙적 의무화다. 신규 취득분은 1년, 기존 보유분은 1년 6개월 내에 소각해야 한다.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조원 규모의 소각에 이어 올해 6조원 이상의 추가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내달 말까지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연내 전량 소각하기로 했으며, LG전자는 보유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는 감자를 결정하며 주주환원 의지를 다졌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통해 자사주 2%(6351억원) 소각을 의결, 2024년부터 이어온 ‘3개년 6% 소각 로드맵’을 조기에 완수했다. SK하이닉스도 12조2400억원 규모의 소각 계획을 확정하며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장 분주한 곳은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중후장대 기업들이다. 두산은 개정안 통과 직후 자사주 12.2%를 올해 내로 소각하겠다고 공시하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한화 역시 첫 밸류업 계획을 통해 보유 중인 자사주 약 445만 주를 즉시 소각하기로 했다.

반면 고심이 깊은 곳도 있다. HD현대의 경우 지주사 보유 자사주 비중이 10.5%(832만4655주)에 달해 개정안에 따라 1년 6개월 내에 이 막대한 물량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이 자사주의 출처다. HD현대는 공시를 통해 해당 물량이 지난 2017년 옛 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의 인적분할 당시 승계받은 것이라고 명시했다. 기업이 주가 부양을 위해 직접 사들인 것이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손에 쥔 전략적 자산이었다.
이미 정기선 회장 체제가 안착했음에도 HD현대가 10%가 넘는 자사주를 8년간 움켜쥐고 있었던 것은, 이를 향후 지배력 강화나 추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한 ‘히든 카드’로 관리해온 것으로 풀이된다.
자사주는 회사가 보유할 땐 의결권이 없지만, 경영권 분쟁 등 위기 상황에서 우호적인 제3자(백기사)에게 매각하거나 계열사 간 지분 교환에 활용할 경우 즉시 의결권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정 회장 입장에서는 단숨에 지배력을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 HD현대 측은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 현재 정해진 바 없으며, 향후 관련 법령 개정에 맞춰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주사인 SK㈜의 경우 자사주 보유 비율이 24.8%(1798만 주)에 달해 지배구조 전략과 주주환원 확대 사이에서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SK㈜는 최근 2년간(2023~2024년) 각각 95만 주, 69만 주를 소각하는 데 그치면서 연간 소각 규모가 100만 주에 못 미쳤다. 회사 측은 신중한 입장이다. SK㈜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내부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LS는 전날 추가 소각을 완료해 자사주 비율을 11.1%까지 낮췄으나, 여전히 남아있는 물량이 있어 추가 로드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정재웅 주주행동플랫폼 액트(ACT) 팀장은 “그동안 자사주는 기업 입장에서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유력한 카드로 활용돼 왔다”며 “교환사채(EB)를 발행하거나 우호 세력, 이른바 백기사와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주식회사의 주인은 결국 주주”라며 “기업은 시장과 주주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를 받을 때 가치가 인정되는 것인데, 자사주를 활용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방식은 대다수 주주의 이익과 무관하게 소수 지배주주의 이해에 치우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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