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 만의 전기요금 개편…철강업계, 수익성 압박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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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철강업계에 복합 위기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중국산 저가 수입재 확대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내달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까지 예고됐기 때문이다. 이미 4년 새 70% 넘게 오른 전기료에 추가 변수가 더해지면서 수익성 압박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태양광 발전이 집중되는 오전 11시~오후 3시 전기요금을 인하하고, 해가 지는 오후 6~9시 요금을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계절·시간대별(계시별) 요금체계 개편안을 내달 발표할 예정이다. 49년 만의 요금 체계 전면 개편이다.

정부는 향후 태양광 발전 비중이 확대될 것을 고려해 산업계가 낮 시간대 전력 사용을 늘리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평균 단가는 1킬로와트시(kWh)당 180~185원 수준으로, 밤 시간대가 낮보다 35~50% 저렴한 구조다.

하지만 24시간 연속공정으로 운영되는 철강업계는 구조적으로 전력 사용을 특정 시간대로 집중하기 어려워 전기 요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력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철강업계의 총 전력 사용량은 290억 kWh에 달했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인 kWh당 182.7원을 적용하면, 지난해 국내 철강사들이 한전에 지출하는 전기료만 연간 5조3000억원 규모다.

이번 요금 체계 개편으로 야간(경부하) 요금이 kWh당 단 1원만 올라도 업계 전체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연간 290억원으로 불어난다. 인상 폭이 5원일 경우 1450억원, 10원까지 확대될 경우 추가 비용은 2900억원까지 치솟는다. 글로벌 철강 시황 악화로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전기료 폭탄’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기요금 인상은 단순한 현재의 수익성 악화를 넘어 국내 철강사의 ‘미래 생존 전략’까지 흔들고 있다. 특히 수소환원제철 등 차세대 공정은 막대한 전력 소비를 전제로 하는데, 경쟁국보다 높은 산업용 전기료는 저탄소 철강의 가격 경쟁력을 원천적으로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중국(129원), 미국(112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2022년 이후 산업용 요금이 일곱 차례 인상되면서 4년간 70% 넘게 상승했다.

국내 철강사의 에너지 비용 지출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양사가 지출한 전력 및 연료비 합계는 약 2조7000억원에 달했다.

포스코의 경우 올해 1~9월 지출한 전력용수비는 7128억원으로 전년 동기(5344억원) 대비 33.4% 급증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9월 전력비 및 연료비 지출액은 1조982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1조9422억원)보다도 약 400억원(2.05%) 늘어난 수치다.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 건설을 추진한다. /현대제철

탈탄소 전환의 속도는 향후 국가 경쟁력을 가를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이 지난 2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로를 조기에 폐쇄하고 수소환원제철로 신속히 전환할 경우 2050년까지 약 3287조원의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환을 늦췄을 때보다 1909조원이나 많은 수치다. 고용 측면에서도 조기 전환 시 114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돼 ‘저속 전환(42만명)’ 대비 2.7배의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됐다.

철강산업 지원을 위해 추진된 이른바 ‘K-스틸법’에도 전기요금 인하 관련 시행령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업계의 부담은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한 K-스틸법은 오는 6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전기요금 지원 방안은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경북도·포항시 등은 철강 전용 전기요금제 도입과 저탄소 전환 지원 강화를 정부에 건의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과 관련해 “철강업은 경부하 시간대 전력 사용 비중이 높아 경부하 요금 인상 시 전력비 부담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업종별 전력 사용 특성을 충분히 반영해 철강 등 에너지다소비 산업에 실질적인 부담 증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설계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특정 업종에 대한 요금 인하는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번 개편안은 낮 시간대 전력 잉여 상황에 대응한 구조적 조정”이라며 “특정 업종에 대한 전기요금 인하보다는 한시적 특례나 별도 지원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외 변수도 녹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에 불복하고,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글로벌 관세 10%’를 발효시켰다. 해당 조항은 대규모 국제수지 불균형 발생 시 대통령이 최대 15%의 관세를 최장 150일간 한시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이미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50%의 고율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기존 15% 관세 대상이던 철강 파생상품의 재분류 여부와 추가 관세 인상 가능성도 변수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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