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수출·주가 호조에도 소비효과 예전만 못해"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반도체 중심 수출이 늘고 주식시장도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런 거시 여건 개선이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힘은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민간소비는 회복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증가 속도는 이전 회복기보다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27일 '과거 회복기에 비추어 본 현 소비국면 판단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2000년대 이후 다섯 차례 민간소비 회복기와 비교할 때 현재는 구조적 취약성이 확대된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수출 호조와 자산가격 상승 등 거시 여건은 개선되고 있지만, 이러한 여건 개선이 실제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파급효과는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2000년 이후 소비 회복기를 ‘위기 후 급반등형’과 ‘점진적 개선형’으로 구분했다. 최근 소비는 지난해 하반기까지 급반등 성격이 강했지만, 올해부터는 금리인하 효과 누적, 반도체 수출 증가, 증시 및 소비심리 호조, 정부의 경기 대응 여력 확대 등이 맞물리며 점진적 개선형에 보다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소비로 번지는 전달 통로가 전반적으로 약해졌다고 짚었다. △소득경로 △자산가격경로 △기대경로 세 가지 축이 모두 과거 회복기에 비해 둔화된 결과다.


소득경로 측면에서는 산업 간 불균형이 제약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경기 개선을 주도하는 반도체 등 IT 부문은 자본집약도와 생산 과정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전·후방 연관 효과가 작다. 또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 반도체 부문 취업자는 약 8만5000명으로 전체의 0.3%에 불과하다.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고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실제 한은이 가계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결과, 소득 5분위(상위 20%) 고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MPC)은 약 12%로 전체 평균(약 18%)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소득 증가가 고소득층에 집중될 경우, 소비로 이어지는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자산가격경로도 과거보다 약화된 것으로 평가됐다. 부동산은 가계 총자산의 약 65%를 차지하는데, 자산 가치 상승이 부채 확대를 동반하는 특성이 강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키우며 실질적인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제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식 역시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주식·채권·펀드 자산의 평균 한계소비성향은 약 1% 수준으로 추정됐다. 이를 최근 시가총액 증가분과 개인 보유 비중에 적용하면 산술적으로 민간소비를 0.5%포인트(p)가량 끌어올리는 효과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데다 주가 상승의 수혜가 고소득층에 집중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소비 파급효과는 이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고소득층의 금융자산 한계소비성향은 약 0.8%로 전체 평균을 소폭 밑돈다.

기대경로 역시 위축된 모습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 등으로 단기 경기 전망은 개선됐지만, 저출생·고령화 등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 중장기 성장에 대한 가계의 인식은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가계는 경기 개선을 항구적 소득 증가로 받아들이기보다 일시적 여건 개선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며, 소비 확대보다는 예비적 저축이나 부채 상환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양준빈 한은 조사국 경기동향팀 과장은 "누적된 금리인하 효과,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 주식시장 및 소비심리 호조, 정부의 경기대응여력 확대 등은 향후 소비 회복세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면서도 "여건 개선의 소비 파급경로가 과거 대비 약화된 점을 감안하면 향후 증가세는 과거와 비교해 비교적 완만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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