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1년 홈플러스, 청산 문턱서 마지막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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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본사 전경. /이호빈 기자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홈플러스 회생 절차가 1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운명의 날이 임박했다. 법정 관리 시한이 다음달 4일 만료돼 그동안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오는 3월 4일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지 1년을 맞는다.

이 기간 임직원 급여 일부가 지연되거나 분할 지급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상품대금 지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거래처 납품률은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매대가 채워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며 수익 기반도 함께 약화됐다.

홈플러스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담긴 구조혁신 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용 절감과 사업성 개선 측면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구조혁신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회생절차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홈플러스가 제시한 계획안에는 △3000억원 규모 DIP 대출 추진 △슈퍼마켓사업부문(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부실 점포 41곳 정리 △인력 효율화 등이 담겼다. 비용 구조를 줄이는 동시에 자산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인력은 지난해 2월 기준 1만9924명에서 올해 4월 기준 1만6450명으로 17.4%(3474명)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른 인건비 절감 효과는 약 1600억원으로 추산된다. 또 41개 부실 점포 가운데 19곳을 연내 정리해 임대료 조정 등을 포함,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계획된 구조혁신안을 모두 차질 없이 완료하고 영업이 정상화되면 2028년에는 영업이익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회생의 핵심 변수는 긴급운영자금(DIP) 자금 확보다. DIP 금융은 회생절차 기업에 우선 변제권을 부여해 신규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다. 기존 채권보다 상환 우선순위가 높아 자금 회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보장되지만, 영업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전제돼야 자금 유입이 가능하다.

MBK는 당초 메리츠금융그룹과 산업은행이 각각 1000억원씩 참여해 총 3000억원 규모의 DIP 자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법원에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안에 담았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전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지원에 선을 그었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이 자리에서 홈플러스 지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저희는 홈플러스와 관련이 없다”며 “산업은행이 직접 개입할 공간이 없다”고 확실히 했다.

이어 “홈플러스는 자체 구조조정을 하고 자금을 투입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현재 홈플러스 채권단에 포함돼 있지 않아 법적·제도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채권 관계가 없는 기업의 회생절차에 정책금융기관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MBK가 기대했던 정책금융 참여 카드가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공식화한 발언으로 보고 있다.

회생계획안이 다음달 4일까지 가결되지 않을 경우 법원은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협력업체 연쇄 타격은 물론 지역 상권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광일·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가 지난 2025년 3월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업 회생절차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이호빈 기자

관리인 교체 여부도 회생절차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관리인은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 겸 MBK 부회장으로, 대주주 측 인사가 회생절차를 총괄하는 구조다.

마트노조는 대주주 영향력을 배제한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새 관리인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암코는 신한·국민·하나·우리·기업·농협·산업·수출입은행 등 국내 8개 주요 은행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국내 최대 부실채권(NPL) 및 구조조정 전문 기업이다.

반면 일반노조는 관리인 교체가 오히려 MBK 책임을 희석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MBK는 최근 서울회생법원 제4부에 제출한 의견조회 회신을 통해 조건부 자금 지원 방침을 밝혔다. 관리인 교체가 이뤄질 경우 1000억원을 우선 집행하고, 새로운 관리인 체제 아래 회생계획이 제출되면 추가로 1000억원을 투입해 총 2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DIP 자금 조달이 지연되고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회생절차 폐지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대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홈플러스 입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직접 대출 방식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시행하기로 했다. 보증기관이나 은행 심사를 거치지 않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심사만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홈플러스 유동성 위기가 협력업체와 소상공인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회생절차 연장 여부 역시 법원 판단 사안이다. 법원이 회생 가능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절차가 유지될 수 있으며, 자금 조달이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연장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 상 구조혁신 계획들을 차질 없이 실행 중에 있다"며 "반드시 정상화를 이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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