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사라졌지만 책임은 남았다"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통합시장 선거는 치러보지도 못한 채 사라졌고, 충청권은 다시 정치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섰다. 명분은 '보류'지만, 체감은 '사실상 무산'이다.

이번 사안의 정점에는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있다. 김 지사는 "완전 철회"라는 초강수를 뒀고, 이 시장은 "시민 수용성과 재정권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며 보류 결정을 환영했다. 같은 통합을 말해왔던 두 단체장의 메시지는 이제 완전히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은 "먼저 판을 벌여놓고 발을 뺐다"며 국민의힘 책임론을 제기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주민투표와 공론화 없는 속도전의 결과"라며 민주당의 일방 추진을 문제 삼는다. 결국 통합은 정책이 아니라 정쟁의 소재가 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26년 6월3일 지방선거, 특히 충남도지사 선거가 직격탄을 맞았다. 통합 이슈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무산 책임'이라는 더 날 선 질문으로 되돌아왔다. 유권자들은 묻고 있다. 누가 밀어붙였고, 누가 멈춰 세웠는가. 그리고 왜 충남은 또다시 정치적 계산의 실험장이 되었는가.

민주당 진영에서는 강훈식 의원,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박수현 수석대변인, 박정현 전 부여군수, 양승조 전 지사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균형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외치지만, 통합 무산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대안 없이 구호만 앞선다면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재편이 아니다. 재정 특례, 권한 이양, 주민 정체성, 지역 간 이해관계가 얽힌 복합 의제다. 그만큼 섬세한 공론화와 정치적 결단이 동시에 필요했다. 그러나 이번 과정에서 도민이 중심이었는지, 정치가 중심이었는지는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여론 흐름은 복합적이다. 민주당 지지층과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정권 견제 심리와 맞물려 민주당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감지되지만, 행정통합 무산 이후 지역 정체성 문제와 갈등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단순한 정당 지지보다 "누가 책임 있게 수습할 것인가"를 따지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행정통합은 당장 동력을 잃었지만, 완전히 종결된 의제는 아니다. 오히려 이번 보류 사태를 계기로 △주민 수용성 △재정 특례 △권한 이양 △공론화 절차 등 구체적 조건을 둘러싼 논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정치적 신뢰다.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단체장들의 입장 변화와 발언을 두고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김 지사의 강경한 '완전 철회' 발언과 이 시장의 신중론 역시 각각 지지층 결집 전략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통합은 멈췄지만, 시험대는 올라갔다. 이번 충남도지사 선거는 인물 경쟁을 넘어 '책임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갈등을 봉합할 리더십, 실현 가능한 발전 전략, 무엇보다 정치적 신뢰 회복이 관건이다.

통합이 무산된 지금, 충남의 다음 10년을 설계하겠다는 이들에게 유권자는 묻고 있다. 통합을 외쳤던 그 용기만큼, 실패의 책임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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