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행정안전부 혁신평가 전국 1위를 내세운 화순군의 자평은 눈부시지만, 단위 사업 중심의 단기 성과가 지역의 구조적 위기를 상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재검증이 필요하다.
화순군은 24일 '2025년 지방자치단체 혁신평가' 전국 1위를 달성했다며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24시간 응급실 확대, 100원 택시 카드결제, 스마트 원격 검침, IoT 돌봄 플러그 등은 분명 생활밀착형 시도다. 그러나 이는 행정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 사례일 뿐, 지역 소멸과 산업 침체라는 구조적 난제를 돌파할 전략으로 보긴 어렵다.
응급실 24시간 확대 운영은 지역 필수의료의 공백을 봉합하는 '응급 처치'에 가깝다. 의료전달체계 왜곡과 전문의 인력 편중이라는 구조적 의료난을 교정하는 해법이 아니라, 한시적 재정 투입으로 취약 지점을 지탱하는 임시 조치에 불과하다.
지방의료는 이미 전문의 확보의 구조적 실패와 공공병원 수익성 악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의료난 극복을 위해서는 권역별 책임의료기관 체계 확립, 필수과목 인센티브 설계, 공공의료 인력의 중장기 수급 로드맵 등 구조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100원 택시'는 교통 약자 접근권을 보완하는 사회정책적 장치일 뿐, 지역 교통체계의 혁신으로 보기는 어렵다. 보조금 기반 단일 요금 지원은 수요 변동에 따라 재정 지출이 가변적으로 팽창하는 구조를 띤다.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 도입, 인접 지자체와의 광역 노선 통합, 생활권 중심 허브-스포크 네트워크 재편 없이 단편적 요금 지원을 반복하면 정책의 경로의존성만 강화된다. 교통 복지는 지속 가능해야 하며, 재정 탄력성과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담보하는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
스마트 원격 검침과 돌봄 플러그 사업 역시 기술 채택 그 자체가 혁신의 본질은 아니다. IoT 기반 계측·돌봄 장비는 데이터 상호운용성, 사이버 보안, 개인정보 보호 체계, 노후 장비 교체 주기 등 총소유비용(TCO)에 대한 정밀한 설계가 병행되지 않으면 비용 대비 편익이 급격히 저하된다.
개별 부서 단위의 파편적 도입은 데이터 사일로를 고착화하고, 통합 관제·분석 플랫폼이 부재할 경우 정책 효과의 계량화도 어렵다. 청년 인구 순유출, 산업 포트폴리오의 단순성, 고령화 가속이라는 거시 지표가 개선되지 않는 한, 단위 기술 사업의 나열은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대안은 분명하다. 먼저, 디지털 사업을 통합하는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중복 투자를 차단하고 정책 효과를 계량화해야 한다. 또, 의료·교통 정책은 광역 단위 협력 모델로 전환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농식품 고부가가치화와 바이오·에너지 등 전략 산업을 육성해 세입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특히, 성과 홍보보다 정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외부 검증을 제도화해야 한다.
혁신은 순위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으로 평가된다. 화순군의 1위가 진정한 전환의 출발점이 되기 위해서는 지표 관리형 행정을 넘어, 재정 구조 개편과 산업 생태계 재설계라는 본질적 과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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