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 새 항로”…K-조선, ‘무탄소·AI’로 전환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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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마린솔루션의 선박 엔진 최적화 기술이 적용될 3800CEU급 자동차운반선. /HD현대마린솔루션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정부가 올해 3200억원을 투입해 무탄소 선박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낸다. 산업통상부의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에 더해 차세대 선박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전략까지 합쳐지면서 무탄소 선박을 향한 로드맵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산업부는 올해 K-조선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전년 대비 약 23% 늘어난 3200억원을 투입한다고 24일 밝혔다. 이와 함께 총 427억원 규모, 34개 신규 기술개발 과제를 공고하고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본격 추진한다.

지난해 K-조선은 318억달러 수출을 기록하며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 수주 점유율은 20.2%로 전년 대비 6.2%포인트(p) 상승했고, 대형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고부가 선종에서 세계 1위를 재탈환했다. 정부는 이러한 성과를 ‘구조적 경쟁력’으로 굳히기 위해 동력원 혁신과 인공지능(AI) 전환에 예산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정부 투자 방향의 핵심은 ‘동력원 전환’이다. 산업부는 암모니아 터빈, 수소 엔진, 선박용 전기추진 시스템 등 무탄소 연료 기술 확보에 예산을 집중한다. 배출가스에서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저장하는 OCCS 기술도 병행 개발한다.

이에 국내 대형 3사가 서로 다른 기술과 사업 전략을 택하며 정면 승부에 나섰다. 단순한 선박 수주 경쟁을 넘어 향후 글로벌 해상 원자력 표준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HD현대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와 협력해 비교적 상용화에 근접한 경수로 기반 소형모듈원자로(SMR)을 택했다. 이미 지난해 2월 1만5000TEU급 SMR 추진 컨테이너선 모델을 공개하며 가장 빠른 사업화 전략을 제시했다. 2030년 실증선 건조를 목표로 현재 절반가량 개발을 완료했다. 규제 혁신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먼저 ‘실물’을 띄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해상 풍력 설치선(WTIV) 중심의 무탄소 해상 인프라 시장을 병행 공략한다. 지난 6일 대형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TIV) 수주를 통해 해상 재생에너지 설치 역량을 강화하며, 원전·풍력·방산을 연결하는 복합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단순 선박 판매가 아니라 에너지 생산·설치·운송을 아우르는 구조적 확장을 노리는 접근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글로벌 기업 아모지, 수소 전문사 빈센과 손잡고 ‘암모니아-수소 연료전지 파워팩’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이는 연소 과정 없이 전기를 생산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차세대 동력 시스템이다. 동시에 카타르 QSTS와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세계 최대 LNG 선사인 나킬라트의 네트워크를 확보, 노후 선박에 탄소포집 장비 등을 다는 ‘친환경 개조’ 시장 선점에도 나섰다.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용접공이 배관 용접용 협동로봇을 활용해 작업하고 있다. /한화오션

동력원의 혁신이 무탄소 선박 시대를 여는 열쇠라면 제조 혁신은 조선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또 다른 축이다. 정부는 국내 운항 선박 30척을 대상으로 자율운항 실증사업에 착수해 항로 최적화, 연료 효율 개선, 충돌 회피, 위험 예측 모델 고도화 등을 추진한다. 운항 데이터 축적과 AI 모델 정교화를 병행해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맞물려 조선 3사는 인력 고령화와 숙련공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스마트 야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 공정 전반에 AI와 로봇 자동화를 접목해 공정 효율을 높이고 작업 안전성을 강화하는 한편,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를 통해 품질 편차를 최소화해 생산성 혁신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HD현대는 조선소 운영의 전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미래 첨단 조선소(FOS)’ 구축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가상 조선소 플랫폼인 ‘트윈포스’를 통해 실제 야드의 공정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AI가 블록 이동 동선과 장비 배치를 최적화해 공정 병목을 사전에 차단한다. 오는 2030년에는 AI가 스스로 공정 스케줄을 재배치하는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30% 높이고 건조 기간을 30% 단축해, 중국 등 추격 국가들과의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은 국내 거제조선소를 중심으로 AI·로봇 기반 조선소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조선업계 유일의 야외 용접 로봇을 상용화해 고난도 곡면 블록 용접을 자동화했고, 중량 블록을 운반하는 자율 이동 로봇도 확대 적용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실내 용접 공정 기준 자동화율은 약 67%로, 2030년까지 용접 공정 100% 무인화가 목표다. 용접 로봇은 미국 필리 조선소에도 내년 말쯤 투입해 글로벌 생산 거점의 표준화를 주도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설계 단계의 디지털 전환에 방점을 뒀다. 업계 최초로 설계 자동화 플랫폼을 구축해 3D 데이터 기반 무도면 설계 체계를 확립했다. 설계 데이터는 생산 설비와 실시간으로 연동돼 오류를 사전에 차단하고 공정 효율을 높인다.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건조 전 단계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2030년까지 설계 자동화율을 60% 수준으로 끌어올려 동일 인력으로 건조 물량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R&D 투자와 대형 조선사의 기술 고도화 전략이 맞물릴 경우 한국이 무탄소 선박과 AI 조선소 분야에서 글로벌 표준을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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