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이후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자금 수요가 대부업권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상위 대부업체의 신규대출 규모가 8000억원에 육박하며 2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3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상위 대부업체 30곳의 신규대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신규대출 금액은 79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2분기(1조243억원) 이후 최대치다. 전년 동기(6468억원) 대비 23%, 직전 분기(7366억원) 대비 8% 증가했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 직후 유동성 경색과 조달금리 급등으로 업권이 급격히 위축됐던 2023년 1분기(2000억원)와 비교하면 4배 가까이 급증한 수준이다. 신규대출은 2024년 3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6000억원대에 머물렀으나, 작년 3분기 7000억원대로 올라선 데 이어 4분기에는 8000억원에 근접했다.
이용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동안 6만명대에 머물던 신규 이용자는 지난해 3분기 7만8991명, 4분기에는 8만7227명으로 증가했다.
업계는 1·2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 따른 ‘풍선효과’로 해석한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과거에는 신용등급 7~8등급 차주까지 흡수했지만 최근에는 경기 둔화와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6~7등급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며 “2금융권에서 밀려난 중신용자 유입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 저신용자들의 자금 접근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업체가 중신용자 중심으로 선별 대출에 나설 경우, 저신용 차주는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부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불법사금융 평균 금리는 535%에 달했다. 반면 등록 대부업체는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를 적용한다. 불법사금융은 과도한 이자 부담뿐 아니라 폭력적 추심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해왔다.
일각에서는 업계 1위 리드코프가 우수대부업자로 재선정된 이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대출 모집을 확대하면서 신규대출 증가를 견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신규대출 금액의 절반가량이 리드코프를 통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취약 차주가 몰리는 역설적 구조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면서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높이는 정책이 또 다른 사각지대를 키우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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