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신상열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하며 농심의 ‘3세 책임경영’이 본격화된다.
농심은 19일 정기 주주총회 소집을 공시하고 신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2019년 입사 후 7년 만의 이사회 입성이다.
신상열 부사장은 미래사업실장으로서 농심의 체질 개선을 주도하는 동시에, 의사결정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경영 시험대에 서게 됐다.
◇ 성적표는 ‘성장 정체’…수익성 개선이 급선무
시장 시선은 책임에 방점이 찍힌다. 외형은 유지했지만 성장세는 둔화한 상황이어서다.
지난해 농심 매출은 연결 기준 3조45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성장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2156억원으로 1.7% 소폭 증가했으나, 당기순이익은 138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691억원) 대비 17.9% 급감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과 국내 소비 심리 위축 속에 외형은 유지했으나,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6%대에 머물며 사실상 질적 성장은 정체된 상태다.
수익성·자본 효율성 지표도 부담이다. 농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3배로 기업 장부가치에도 못 미치는 저평가 국면에 갇혀 있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도 6%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삼양식품은 고수익 수출 제품을 앞세워 지난해 2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를 끌어올렸다.
업계 안팎에서 농심이 라면 중심 사업 구조를 탈피해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농심은 저평가 해소를 위해 주주환원 카드를 꺼냈다. 주당 배당금을 전년 대비 20% 인상한 6000원으로 결정했다. 총 배당금은 약 350억원 규모다. 3년 만의 배당 확대로, 주가를 부양하고 주주의 지지를 얻기 위한 고육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배당 증액이 오너 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용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 법률 전문가 보강·‘집중투표제’ 도입…거버넌스 쇄신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병행한다. 이사회의 ‘사법 방어력’ 강화가 눈에 띈다.
농심은 이번 주총에서 이성호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이로써 이사회 내 법률 전문가는 2명으로 보강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검찰 고발 등 규제 리스크가 부상한 상황에서 선제적 대응 역량을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소수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는 정관 변경도 추진한다. 이는 투명성을 높여 ‘D등급’ 지배구조라는 오명을 씻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은 거버넌스를 구축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신 부사장이 이끄는 미래사업실의 성과는 향후 승계 정당성을 가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농심은 올해 경영지침을 ‘글로벌 민첩성과 성장’으로 정하고,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1%까지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2026년 가동 예정인 녹산 수출공장과 유럽 법인을 축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영국, 인도, 멕시코 등 신시장 개척에 속도를 낸다. 또 라면·스낵 등 본업 외에 건기식과 스마트팜 등 신사업을 ‘라면 이후’ 미래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안착시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한다는 구상이다.
결국 관건은 숫자다. 배당 확대와 거버넌스 손질이 ‘책임경영’의 출발선이라면, 실적 개선은 이를 증명할 본선 무대다. 신 부사장이 승계의 정당성을 성과로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농심 관계자는 “격변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 신속한 판단과 유연한 실행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올해 국내 시장에서는 수익 구조를 강화해 내실을 다지고 경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해외 성장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익과 사업 구조, 인프라 전반을 개선해 중장기 체질을 고도화하고, ESG 경영 강화와 기업 가치 제고를 추진하며 책임 있는 경영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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