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다가오면 늘 비슷한 공약이 반복된다. 기업 유치, 산업단지 조성, 교통 인프라 확충, 청년 일자리 창출. 그러나 정작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충분히 묻지 않았다. "그 공약이 청년의 이동 경로를 바꿀 수 있는가."
최근 발표된 '지역간 인구 이동과 세대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30대의 수도권 집중은 단순한 선호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의 자산 수준이 높을수록 수도권 대학 진학과 수도권 취업 확률이 높고, 자산 하위 집단일수록 지역에 남거나 이동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은 이동이 곧 경제력의 대물림 경로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통계는 냉정하다. 청년은 기회를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기회에 접근할 수 있는 비용은 동일하지 않다. 주거비와 생활비, 초기 정착 비용은 결국 부모 세대의 경제력이 완충한다. 출발선의 차이가 이동 가능성을 결정하고, 이동 가능성은 다시 소득과 자산의 격차를 만든다.
이 구조 속에서 지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방선거는 바로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기업 유치 몇 건, 투자 협약 금액 몇 조 원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청년 순유출을 얼마나 줄였는지, 지역에서 시작한 첫 경력이 이후 성장으로 이어졌는지, 지역 대학 졸업생의 도내 취업률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같은 지표가 공약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단순한 일자리 ‘수’가 아니다. 첫 경력의 '질'이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 격차와 경력 성장 기회의 차이다. 수도권에서 시작하면 이후 이동 경로가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방정부의 역할은 분명하다. 지역에서도 첫 경력이 낙인이 아니라 자산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역 기업과 대학을 연결하고, 기업의 실제 애로사항을 교육 과정과 연계해 졸업과 동시에 취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작은 기업이라도 학생이 이미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해본 곳이라면, 취업은 '모험'이 아니라 '연장선'이 된다. 지방정부가 이 연결 구조를 정책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지역의 인재 유출은 멈추기 어렵다. 이번 지방선거는 단순한 행정 리더를 뽑는 절차가 아니다. 지역의 성장 설계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지역간 인구 이동과 세대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는 분명히 말한다. 지금과 같은 구조가 유지된다면 격차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세대 간 자산 격차와 맞물려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출생 지역이 미래 소득을 예측하는 지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청년에게 "왜 떠나느냐"고 묻는 정치가 아니라, "왜 머물지 못하느냐"를 묻는 정치가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청년의 이동 경로를 바꾸지 못하면, 산업 전략도, 기업 유치도, 도시 개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청년이 떠난 도시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소비 기반이 약화되며, 결국 성장의 선순환을 잃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물어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그 후보는 청년의 이동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 설계를 갖고 있는가. 지역에서 시작한 첫 경력이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만들 계획이 있는가. 기업 유치 수치가 아니라, 청년의 삶의 경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말하고 있는가.
격차는 자연 현상이 아니다. 정책의 결과다. 그리고 정책의 방향은 선거에서 결정된다. 청년이 떠나는 지역은 성장할 수 없다.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정치만이 지역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지방선거는 그 시험대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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