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술 안주로 남으면 좋겠다.”
수줍게 웃었지만, 정해원(22, KIA 타이거즈)에겐 잊고 싶은 기억이다. 지난 10일 일본 가고시마현 아마미오시마 시민야구장에서 만난 그는 5월5일 ‘고척돔 에피소드’을 두고 위와 같이 말했다. 팬들에게 새로운 이미지 각인을 시키려면 야구를 잘 해야 한다.

정해원은 지난해 5월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서 평생 잊지 못할 사건을 겪었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2023년 3라운드 22순위로 입단했던 내야수. 그러나 곧장 외야수로 전향했다. 그리고 그날 1군 데뷔전을 8번 우익수로 치렀다. 한 방을 갖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무관심 도루로 크게 화제가 됐다. KIA가 11-0으로 앞선 6회초 1사 1루였다. 정해원이 우전안타를 날려 1사 1,3루가 됐다. 승부가 갈렸지만, 정해원에겐 데뷔 첫 안타. 매우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그런데 키움 내야진은 베이스를 비우고 물러선 상태였다. 주자 견제를 안 하겠다는 의도이고, 승부를 어느 정도 놨다는 얘기다. 이럴 땐 앞서가는 팀이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베이스를 비웠는데 도루를 한다? 당연히 수비하는 팀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이러니 이럴 땐 앞서는 팀이 도루를 하지 않는 게 암묵적인 약속이다.
그러나 정해원이 이를 어기고 후속타자 타석 때 2루로 냅다 뛰었으니, 키움으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범호 감독이 크게 화를 냈고, 6회초가 끝난 뒤 김선빈이 정해원을 데리고 1루 덕아웃 앞으로 뛰어가 키움 벤치를 향해 90도로 인사하기도 했다. 최형우는 그날 경기 후 키움에 많이 죄송하다고 했다.
정작 당사자에겐 고척돔 도루 사건에 대한 얘기를 듣기 어려웠다. 약 9개월만에 그날 얘기를 꺼냈다. 정해원은 수줍게 웃더니 “그게 이제 (팬들에게)술 안주로 남으면 좋겠다. 작년보다 확실히 좀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고 팬들이 느끼면 좋겠다. 다사다난한 1년이었다. 순식간에 지나갔다. 돌아보면 그냥 추억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부터 진짜 중요하다”라고 했다.
정해원의 말대로 지금부터 정말 중요하다. 최형우는 삼성 라이온즈로 떠났고, 나성범은 김선빈과 번갈아 지명타자로 들어갈 예정이다. 헤럴드 카스트로와 김호령이 좌익수와 중견수를 찜한 상황. 정해원에게도 우익수를 향한 기회는 있다.
정해원은 “무조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타격폼에 변화가 있다. 수비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고, 타격에서 어떻게든 잘 어필해야 한다. 원래 안 했던 레그킥을 작년 시즌 끝물부터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하체 움직임이 아직 부족해서 많이 신경 쓰고 있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이 그라운드에 줄을 그으며 중심이동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했다. 정해원은 “하체 움직임과 하체 이용에 대해 많이 말씀해줬다. 스윙도 좀 간결하게 하려고 한다. 마무리훈련 때부터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은 하체에만 모든 신경을 쓰고 있다. 이것저것 해보면서 몸으로 느끼고 있다”라고 했다.
4년차다. 정해원은 “이젠 무조건 잘해야 한다. 수비에서 훨씬 안정감이 생겨야 경기에 나갈 수 있다. 내가 느낄 때도 좋아지고 있다. 나성범 선배님이나 (박)정우형 쫓아가는 것 보면서 연습하고 있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다. 타격은 중장거리 스타일로 칠 수 있고, 애버리지도 뽑아낼 수 있는 타자가 돼야 어필할 수 있다”라고 했다.

끝으로 정해원은 “그냥 유망주가 아니라 1군에서 뛸 수 있는 기량을 갖춘 선수가 되고 싶다. 그렇게 느낄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하겠다. 이제 잘할 때가 됐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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