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수가 국민 전체 가운데 ‘3가구 중 1가구’ 정도로 확산됐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할 펫보험은 여전히 2% 벽에 갇혀 있다. 치료비는 빠르게 오르고 상품은 쏟아지는데, 정작 제도적 기반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5년 반려동물 양육현황’ 국가승인통계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직접 양육하는 가구 비율은 전체의 29.2%로 집계됐다. 반려동물 양육 실태가 국가 통계로 공식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려동물 양육이 특정 가구의 선택을 넘어 보편적 생활 형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비용이다. KB금융 경영연구소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기준 반려동물 연평균 치료비는 102만7000원으로 2023년(57만7000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치료비를 실제 지출한 가구만 놓고 보면 평균 146만3000원에 달한다.
진료비 상승세도 뚜렷하다. 농식품부가 전국 동물병원 3950개소를 대상으로 20개 항목을 조사한 결과, 방사선 검사비(8.3%), 상담료(6.5%) 등 9개 항목의 진료비가 전년 대비 인상됐다.
특히 진찰료는 병원별 최고 6만1000원, 최저 1000원으로 61배 차이를 보였고, 상담료는 최고 11만원으로 최저 대비 110배 격차가 나타났다.
반려동물 의료는 공적 보험 체계가 없는 전액 자비 구조다. 고가의 MRI·CT 촬영이나 수술이 반복될 경우 부담은 고스란히 보호자 몫이다. 그럼에도 펫보험 가입률은 업계 추산 1~2%대에 머물러 있다. 스웨덴(40%), 영국(25%), 일본(20%대) 등과 비교하면 초기 단계 수준이다.
보험사들은 성장 가능성을 보고 상품 경쟁에 나서고 있다. KB손해보험은 ‘KB 금쪽같은 펫보험’을 개정 출시하며 입원·통원 각각 연 2000만원씩, 총 4000만원 한도로 보장 범위를 확대했다. 항암 약물치료 보장을 신설해 고액 치료 수요에 대응했다.
DB손해보험은 경구항암제뿐 아니라 주사항암제까지 보장하는 특약을 도입했다. 반려견 암 사망률이 높다는 통계를 반영해 항암 치료 보장 범위를 넓혔다는 설명이다.
업계 선두권인 메리츠화재는 단순 입원비·수술비 담보를 넘어 슬개골 탈구, 피부질환 등 실제 빈도가 높은 질환을 기본 보장에 포함해 실손 구조를 강화했다. 동시에 제휴 동물병원에서 서류 제출 없이 보험금을 자동 청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며 편의성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전문 보험사도 등장했다. 반려동물 전문 보험사 마이브라운은 병원 수납 단계에서 보험금을 즉시 차감하는 ‘라이브청구’ 구조를 도입해 선결제 부담을 줄였다. QR코드를 제시하면 보험금이 현장에서 차감되고 보호자는 자기부담금만 결제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 병원 창구정산을 기반으로 펫보험 시장이 1조원대로 성장한 점을 벤치마킹한 전략이다.
이처럼 상품과 서비스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가입률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업계가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원인은 ‘진료체계 표준화 부재’다. 동물병원 진료는 진료명·코드·수가 체계가 통일돼 있지 않아 동일 질환이라도 병원별 비용 편차가 크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 예측이 어렵고, 보험료 산정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진료항목 코드화와 진료비 공개 확대를 추진해왔다. 올해는 ‘공익형 표준수가제’ 도입 방침을 밝히며 진료 항목별 비용 표준화를 검토 중이다. 진료비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도 기존 102종에서 112종으로 확대했다.
다만 가격 규제 성격을 띠는 표준수가제를 두고 수의업계가 의료 질 저하 우려를 제기하면서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소비자·보험업계 요구와 자율성 보장을 주장하는 의료계 입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은 점차 이중 구조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대형 보험사는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경험 차원에서 상품을 유지·확대하고, 전문 보험사는 청구 인프라 혁신을 통해 돌파를 시도한다. 반면 수익성 부담을 견디지 못한 일부 보험사는 판매를 중단하거나 소극적으로 운영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각 회사가 한도를 높이거나 담보를 늘리는 식의 경쟁을 하고 있지만 시장 전체 가입률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진료 데이터 기반 체계가 갖춰져야 비로소 대중화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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