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지영 기자 주식시장에는 ‘식품기업=짠물배당’이라는 공식이 있다. 식품산업은 영업이익률이 낮은 특성이 있어, 여타 산업에 비해 주당 배당금을 낮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K-푸드 열풍으로 실적 호조를 이룬 식품기업들이 배당을 확대하고 있다. K-푸드 열풍 효과와 업계 전반의 ‘주주환원 강화’ 기조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식품기업이 ‘짠물 배당’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배당 40% 늘린 ‘오리온’, 고배당기업 요건도 충족
지난해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견조한 실적을 낸 오리온그룹은 배당금을 40% 늘리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그룹은 11일 열린 이사회에서 사업회사 오리온의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2,500원에서 40% 확대된 3,500원으로 결정했다. 총 배당금은 1,384억원이다. 지주사 오리온홀딩스는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800원에서 37% 늘어난 1,100원으로 확정했다. 총 배당금은 662억원이다.
오리온그룹의 총 배당 규모는 지난해보다 577억원 증가한 2,046억원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 대상인 고배당기업 요건도 충족했다. 배당성향도 높아졌다. 오리온의 연결기준 배당성향은 지난해보다 10%p(퍼센트포인트) 오른 36%, 오리온홀딩스는 25%p 높은 55%를 기록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중이다. 배당성향이 클수록 기업이 주주에게 내주는 몫이 크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코스피 상장사 중 현금배당을 실시한 배당법인의 평균 배당성향은 34.74%였다. 주요 식품기업의 배당성향이 이보다 낮은 점을 고려하면, 오리온의 배당성향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증권가는 오리온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하고 있다. IBK투자증권 김태현 연구원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2025년 당기순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당 배당금을 상향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했다”며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충분한 현금 여력, 향후 실적 성장 흐름을 고려할 때 배당 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 K-푸드 대박 기업, 배당은 ‘소박’
K-푸드 열풍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곳 중 하나가 ‘삼양식품’이다. 지난해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호실적을 기록한 삼양식품은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삼양식품은 보통주 1주당 2,600원의 결산 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사업연도 기준 연간 배당금은 중간배당 2,200원을 포함해 총 4,800원으로 늘어났다. 삼양식품은 △2020년 800원 △2021년 1,000원 △2022년 1,400원 △2023년 2,100원 △2024년 3,300원으로 꾸준히 배당을 확대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주주들의 평가는 보수적이다. 배당 확대가 순이익의 가파른 성장 속도에 미치지 못해서다. 삼양식품 당기순이익은 2022년 803억에서 지난해 3,875억으로 3.82배가 늘었다. 반대로, 2022년 13.1%였던 배당성향은 2023년 12.4%로 줄어든 데 이어, 2024년 9.05%, 2025년 9.3%로 뒷걸음질 쳤다.
삼양식품은 안정적인 잉여현금 흐름 확보 전까지 연결기준 약 9~11% 수준의 배당 성향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배당뿐만 아니라 기업가치를 높여 주주환원을 실현할 계획으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한 생산능력(CAPA) 강화를 수익성으로 연결시켜 기업가치를 더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의 경쟁사로 꼽히는 농심 역시 결산배당으로 전년보다 1,000원 올린 보통주 1주당 6,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농심은 2030년까지 중장기 목표로 ‘최소 주당 배당금 5,000원’ ‘배당성향 25% 이상’을 제시한 바 있다. 최소 주당 배당금 목표는 도달했지만, 시장 컨센서스를 기준으로 한 지난해 결산 배당성향은 약 21% 수준으로 배당성향 25% 이상은 달성하지 못했다.
농심 관계자는 배당성향 설정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 방안으로 배당과 함께 투자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균형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며 “지난해 이뤄낸 이익잉여금·유보금 개선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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