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불참 통보로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오찬 회동이 무산되면서 설 연휴 직전 여야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한 상태다. 하지만 이러한 여야의 대치는 설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장 대표가 오찬 회동 불참 명분으로 삼았던 사법개혁안을 2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을 통해 맞선다는 방침이다.
◇ “사법개혁 2월 국회서 처리” vs “필리버스터 대처”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개혁은 이미 예고한 대로 2월 임시국회에서 차질 없이, 타협 없이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은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법)’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법)’, 이미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형법 개정안(법 왜곡죄)’ 등이다.
정 대표는 대법관 증원에 대해 “헌법 정신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재판소원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폭넓게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법개혁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처리될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소원법에 대해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문제”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1년도 넘게 사법개혁안을 놓고 각종 공청회와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쳤는데, 여태 뭐하다 이제 와서 대법원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며 “희대의 뒷북, 희대의 땡깡”이라고 직격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조 대법원장 발언에 대해 “궤변”이라며 “조 대법원장은 최소한의 품위를 지켜달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라는 요구를 사법부의 치욕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야말로 가장 큰 문제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은 법원이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특검 구형 징역 15년)한 점을 고리로 사법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강 최고위원은 “(이 전 장관은) 내란 주요 임무 종사자다. 그것을 생각하면 깃털만큼이나 가벼운 판결”이라며 “더 화나는 장면은 판결 순간 피고인 이상민의 미소였다. 어제의 장면으로 왜 사법개혁이 필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했다.
박주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 전 장관 1심 선고와 관련해 “분노를 넘어 비참함을 느낀다”며 “법관의 양심이 아닌, ‘법조카르텔의 관행과 이해’를 기준으로 한 기계적 판결.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특정인에게만 관대한 고무줄 잣대를 처벌하기 위해 ‘법 왜곡죄’ 도입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더욱 명확해졌다”고 적었다.
이처럼 민주당이 사법개혁안 처리를 공언하면서 설 연휴 이후에도 여야의 극한 대치는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여야는 전날(12일) 장 대표의 오찬 회동 불참 통보로 회동이 무산된 후 갈등이 심화한 상황이다. 장 대표는 지난 11일 법사위에서 ‘재판소원법’과 ‘대법관 증원법’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것 등을 명분으로 오찬 회동 1시간 전 불참을 통보한 바 있다. 또 국민의힘은 같은 날 국회 본회의도 보이콧했다.
국민의힘은 이날에도 사법개혁안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사법파괴법의 본질은 이 대통령 무죄 만들기”라며 “대법관의 증원을 늘리는 것은 대법원을 현 정권의 하수인·어용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국민께서 이러한 의도를 충분히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또 박 수석대변인은 “필리버스터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갖고 대처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다만 소수 야당으로서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많지는 않다. 결국 국민적인 분노를 제대로 담아내고 그 목소리가 뿜어져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국민의힘과 야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분에 있어선 개혁신당과도 뜻을 같이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이는 사법개혁에 대응하기 위한 개혁신당과의 공조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여야 대표는 오찬 회동 무산을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정 대표는 “회담 시작 1시간 전 장 대표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가 있었다”며 “참 해괴한 일이고 무리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가볍기 그지없는 초딩보다 못한 유치한 결정이었다”고 쏘아붙였다.
정 대표의 ‘초딩’ 발언에 장 대표는 서울역 인근 쪽방촌과 사회복지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대통령과 협치하자, 민생을 논하자, 머리를 맞대자고 하면서 (11일) 밤에 사법 질서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악법들을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은 초딩도 상상조차 않는 일”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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