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국회가 이른바 ‘재판소원법’을 포함한 사법개혁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정치권과 사법부가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1일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의결했고, 이제 본회의 표결만을 앞둔 상황이다. 하지만 사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헌법과 국가 질서의 큰 축을 이루는 문제”라며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갈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정치권에서는 기본권 보호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주장과 사법 체계를 흔드는 위험한 시도라는 비판이 맞서고 있다. 도대체 재판소원법이 무엇이길래 이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지 쟁점을 짚어봤다.
Q. 재판소원법이 뭔가요?
정치권에서 말하는 ‘재판소원법’은 정식 법률명이 아니며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가리키는 통칭이다. 핵심은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현재 ‘헌법재판소법’은 공권력 행사로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의 재판은 예외다.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다.
이에 개정안은 이 조항을 바꿔 일정한 경우 확정된 재판도 헌법소원으로 다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쉽게 말해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취지다.
Q. 왜 ‘법원 재판’은 헌법소원을 할 수 없나요?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사법권 독립과 대법원의 최종심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이해돼 왔다. 우리 헌법 체계는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두고 통상 사건은 3심제에서 마무리되는 구조다.
따라서 재판까지 헌법소원 대상이 되면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대법원 위에 있는 또 다른 심급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동안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Q. 그런데 일부 ‘법원 재판’은 헌법소원이 가능하다는데요?
완전히 금지된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판례를 통해 예외적으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해 왔다. 대표적인 경우가 헌재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법률을 법원이 다시 적용해 판결한 경우다. 이런 재판은 헌재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므로, 헌법소원으로 다툴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헌재는 2016년 4월(2016헌마33)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법원의 재판 제외’ 조항을 그대로 적용해 위헌 결정된 법령을 다시 적용한 재판까지 헌법소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어 2022년 6월(2014헌마760·763(병합))에도 헌재의 위헌결정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까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다시 확인했다.
즉, 현행 제도에서도 모든 재판이 금지된 것은 아니며, 헌재 결정의 기속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재판 등 제한적인 경우에는 이미 재판소원이 허용되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Q. 왜 지금 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탔나요?
재판소원 논의는 새로운 쟁점은 아니지만, 최근 정치권의 사법 갈등 속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특정 정치인의 형사재판에서 대법원의 판단 시점과 절차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 판결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문제의식이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대법원 판결은 최종심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제도적 수단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 논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법부의 기본권 침해를 통제할 마지막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후 여당이 대법관 증원, 법 왜곡죄 신설과 함께 재판소원 도입을 묶은 이른바 ‘사법개혁 패키지’를 추진하면서 입법이 급물살을 탔다.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표결만을 남겨둔 상태다.
Q. ‘재판소원’을 찬성하는 쪽 논리는 무엇인가요?
찬성 측은 우선 사법권도 공권력의 하나이므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면 헌법재판소의 통제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입법과 행정은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데 사법만 제외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또한 대법원 판결은 사실상 최종 판단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상급심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헌재가 마지막 통제 장치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재와 대법원의 판단이 실제로 엇갈린 사례도 찬성 논거로 제시된다. 국회 법사위 검토보고서 등에 따르면, 2005년에는 같은 법률 조항을 두고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린 반면 대법원은 그 조항을 그대로 적용해 판결을 내린 일이 있었다. 당시 헌재는 특정 행위를 이유로 운전면허를 무조건 취소하도록 한 규정이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위헌이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해당 규정을 적용해 면허 취소 처분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찬성 측은 이런 사법 판단의 충돌을 막고 기본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재판소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Q. ‘재판소원’을 반대하는 쪽은 왜 문제라고 하나요?
반대 측은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헌법재판소가 대법원 판결을 다시 판단하게 돼 사실상 ‘제4심’ 구조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둔 헌법 체계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또한 사법권은 헌법상 법원에 속하는데 헌재가 재판을 취소하거나 다시 판단하게 되면 사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기에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사건이 급증해 헌재 업무가 과중되고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국민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최근 이 법안을 두고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갈 수 있다”며 공론화와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Q. 왜 정치권에서 큰 충돌로 번진 건가요?
재판소원법은 단순한 절차 개편을 넘어 사법권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크다. 이 법안은 대법관 증원, 법 왜곡죄 신설과 함께 여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3법’ 가운데 하나다.
사법부는 이를 두고 사실상 ‘4심제’가 될 수 있다며 사법권 독립 침해를 우려하고 있고, 여당은 기본권 침해를 바로잡을 최종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시각 차이가 뚜렷한 만큼, 논쟁은 자연스럽게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재판소원법 논쟁은 기본권 보호 확대와 현행 사법체계 유지라는 두 방향을 놓고 벌어지는 제도 논쟁으로,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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