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무산된 오찬… 물 건너간 ‘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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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이 당일 무산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여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대법관증원법과 재판소원법을 문제 삼아 돌연 불참을 선언하면서다. 설 연휴를 앞두고 모처럼 여야의 협치에 시동이 걸릴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지만, 결국 해묵은 갈등만 재연하면서 정치권의 분위기도 차갑게 가라앉는 모습이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12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오늘 예정됐던 여야 정당 대표 오찬 회동이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의 갑작스러운 불참 의사 전달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홍 수석은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며 “그런 점에서 그러한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에 깊은 아쉬움을 전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회동을 가질 예정이었다.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국정 전반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장 대표 역시 참여의 뜻이 분명했다. 그는 전날(11일) 전남 나주에서 기자들을 만나 “무엇보다 민생현안을 논의하는 게 중요한 시기라 수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를 기점으로 기류가 달라졌다. 당 최고위원들이 잇따라 오찬 참석을 만류하고 나서면서다. 결국 당 지도부의 논의 끝에 장 대표는 “한 손으로는 등 뒤에 칼을 숨기고, 한 손으로 악수를 청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예정된 오찬을 불과 한 시간 앞두고 불참을 결정했다. 

홍익표 정무수석이 12일 청와대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불참으로 여야 대표 오찬 회동 취소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뉴시스
홍익표 정무수석이 12일 청와대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불참으로 여야 대표 오찬 회동 취소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뉴시스

◇ 장동혁 불참 통보… 청와대 “매우 유감”

국민의힘이 불참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전날(11일) 국회 법사위에서 대법관증원법·재판소원법 등이 통과된 점이다. 민주당은 그간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해당 법안에 힘을 실어 왔던 것과는 달리 국민의힘은 이를 사법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그럼에도 여당 주도로 법안들이 통과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장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에서도 “법사위에서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그런 일이 또 한 번 벌어졌다”고 했다.

5개월 만에 이뤄지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 자체가 무산되면서, 여야 간 협치는 더욱 요원해졌다. 당장 여당은 야당을 향해 “정말 노답”.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무례”, “해괴망측하다” 등 맹비난을 쏟아냈고, 야당은 오히려 여당의 ‘태도’를 문제 삼고 나섰다. 장 대표는 이날 “대통령과 오찬 잡히면, 반드시 그날이나 그 전날에는 이런 무도한 일이 벌어졌다”며 “우연도 겹치면 필연”이라고 했다. 여당 내부에서 일부러 ‘훼방’을 놓는 분위기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명분을 내세웠다고 하지만, 야당의 돌연 불참 선언에 청와대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여야 간 정치의 영역에서 발생한 갈등을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으로까지 끌어온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 정무수석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국회 상황과 연계해 대통령과 약속된 일정을 취소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의힘 입장에서 마치 국회 상황을 대통령실과 연계해서 설명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여야의 상황은 이날 국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의힘이 이날 대법관증원법과 재판소원법 등과 관련해 국회 본회의를 전면 보이콧한 가운데, 민주당은 민생법안 등 66건을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른 시일 내 야당과의 대화나 만남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확실한 답을 드리긴 어렵다”며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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