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코엑스=이영실 기자 박민규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가 이종필 감독의 시선으로 새롭게 변주된다. 원작의 정서를 간직하되, 청춘의 시간 속에서 사랑 앞에 선 미숙한 마음을 응시한다.
12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이종필 감독과 배우 고아성·변요한·문상민 등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파반느’는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세 사람이 서로에게 빛이 돼주며 삶과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이종필 감독만의 독창적이고 섬세한 시선으로 사랑을 잃은 청춘들이 다시 감정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이종필 감독은 영화의 제목에 대해 “원작 소설에서 수식어를 빼고 ‘파반느’라고 한 것은 이 영화만의 고유한 무엇이 됐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랑할 자신이 없는 세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해나가는 사랑 영화이기도 하고 어둠 속에 있던 세 사람이 빛을 향해 나아가는 청춘 영화이기도 하다”고 영화에 대한 소개를 덧붙였다.
멜로영화 연출에 오랜 꿈이 있었다는 이종필 감독은 원작 소설을 접하고 멜로영화를 보며 느낀 감정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이종필 감독은 “단지 해보고 싶은 것을 한다를 넘어서 사랑을 해본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사랑은커녕 살 수나 있을까 고민이 있던 친구들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 만나게 될 거라고, 닿을 수 있는 영화로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영화만의 강점도 자신했다. 이종필 감독은 “변주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무책임한 표현일 수 있지만 원작과 비슷한데 다르고 혹은 다른데 비슷하다. 가장 큰 차이는 못생긴 여자라는 표현과 설정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작에서는 80년대 한국 사회 화두를 제기하는 거였다면 영화에서는 감정 이입의 대상이 됐으면 했다”고 강조했다.
보이는 것보다 내면에 더 집중한 결과기도 하다. 이종필 감독은 “못난 얼굴이라는 게 결국은 못난 마음 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며 “누구나 사랑을 할 때 내가 부족한 것 같고 미숙하게 느끼잖나. 그런 마음이 핵심이다. 그게 다른 지점”이라고 거듭 이야기했다. 또 “다양한 사람들이 다 이입해서 볼 수 있게 어떤 부분은 가볍게 어떤 부분은 진중하게 다가섰다”고 덧붙였다.
음악 역시 감정의 흐름을 따라 배치됐다. 미정은 클래식을, 요한과 경록은 록 음악을 좋아하는 설정으로, 호프집과 레코드 가게 등 인물들이 머무는 공간 역시 음악을 품고 있다. 클래식·록·재즈·가요 등 다양한 장르가 작품 전반에 활용된다. 이종필 감독은 “음악감독님이 거의 기절할 수준으로 진짜 많이 나온다”며 “감각에 맞춰 다양한 곡들을 적절하게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 고아성·변요한·문상민, 청춘의 상처를 마주하다
상처를 숨긴 여자 미정 역의 고아성,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요한으로 분한 변요한, 꿈을 접고 현실을 택한 청년 경록을 연기한 문상민은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인물로 만나 섬세한 관계의 변화를 그려낸다. 신선한 조합의 세 배우가 어떤 ‘케미스트리’를 완성할지 주목된다.
고아성은 미정을 연기하며 자신의 내면과 마주한 과정을 떠올렸다. 그는 “그동안 올곧고 부족할지언정 당당하고 자존감이 높은 캐릭터들을 연기하면서 실제로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온 것 같다. 사실은 내 안에 너무나 나약한 모습이 많은데”라며 “이번 미정을 연기하면서 묻어뒀던 자신의 모습을 기꺼이 꺼내야 했다. 그 과정이 꼭 필요했고, 그렇게 솔직한 나 자신과 마주치고 나서야 미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변요한은 요한을 “굉장히 복합적인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감독의 설명을 듣고 그것을 나에게 체화하는 과정이 있었다”며 “상처받았지만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했지만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알지만 모르는 것처럼 연기하려 했다”고 했다. 가볍게 소비되지 않도록 인물이 지닌 무게와 짙은 상처를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문상민은 경록을 숫자 ‘0’에 비유했다. 그는 “표정도 감정도 말수도 0인 친구가 미정과 요한을 만나면서 점점 숫자가 채워져 나간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또 “대사도 중요하지만 텅 빈 눈에서 공허함이 아니라 어떤 에너지가 느껴져야 한다고 봤다”며 “평소에도 거울을 많이 보면서 순간 포착되는 표정들을 관찰했다. 일상에서 경록을 찾아가려 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배우들과 감독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는 기대를 전했다. 이종필 감독은 “사랑을 하고 있거나 오래 전에 했거나 조만간 혹은 언젠가 사랑을 할 모든 사람들뿐 아니라 강아지, 고양이마저도, 전 세계 생명체가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했고 문상민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기억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보탰다.
변요한은 “사랑이란 감정은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느 곳이든 산소처럼 존재하는 것 같다”며 “‘파반느’는 그런 영화다. 정말 사랑할 영화”라고 자신했다. 고아성은 “오랜 시간 작업해왔고 그만큼 정성을 들여서 공개를 앞두고 기분이 이상하다. 진한 추억처럼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기대를 당부했다. ‘파반느’는 오는 20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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