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는 주춤, 해외는 질주…‘수출 비중’이 가른 식품업계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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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시대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방금숙 기자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국내 식품업계가 고물가에 따른 내수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 평정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농식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136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연간 증가율도 5%대 중반을 유지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라면·김·김치·조미소스 등 가공식품이 전체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K-푸드 수출을 이끌었다. 고물가와 소비 위축으로 내수 식품 시장이 정체된 사이, 해외에선 K-푸드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기업 간 명암을 갈랐다.

K-라면의 위상은 압도적이었다. 라면 수출은 15억 달러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21.9% 폭증, 명실상부한 수출 일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시장이 전년 대비 13.2% 성장한 18억달러를 기록하며 최대 수출국으로 떠올랐고, 유럽(13.6%↑)과 중동(22.6%↑)에서도 한국 식문화가 주류로 진입하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수출 호황의 최대 수혜주는 단연 삼양식품이다.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미국·유럽·동남아에서 ‘챌린지 라면’으로 자리 잡으면서,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올리는 대표적인 수출 기업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3518억원, 영업이익 5239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52% 늘었다. 밀양2공장 가동 등 생산 능력 확대가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공장 증설 효과로 불닭브랜드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약 10억개가 팔렸다.

오리온도 해외 시장이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매출 3조3324억원, 영업이익 5528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7.3%, 2.7% 증가했다. 러시아 매출이 47.2% 늘며 처음으로 연 매출 3000억원을 넘겼고, 인도 매출도 30.3% 성장했다. 올해 진천통합센터 건설과 해외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기존보다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농심은 40%대 해외 비중을 5년 내 60%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1~9월 누적 기준 매출 2조623억원, 영업이익 11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1.9%, 영업이익은 약 14% 늘었다. 4분기 매출도 8899억원, 영업이익 256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1%, 25.2% 증가할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했다.

미국 월마트에서 소비자가 '비비고 코리안 바비큐 볶음밥'을 살펴보고 있다./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경우 지난해 식품기업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 매출 17조7549억원, 영업이익 8612억원, 당기순이익 4170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등 사업 부문에서의 투자와 손실에 따른 것이다.

해외 CJ 식품사업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해외 매출은 5조9247억원으로 처음으로 전체의 50%를 넘어섰다. 북미·유럽·동남아 현지 공장을 통해 비비고 만두, 김치, HMR 생산을 확대하며 공격적인 시장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독일·베트남 등지의 현지 공장을 통해 생산도 확대할 방침이다.

반면 내수 비중이 높은 기업은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후퇴했다.

오뚜기는 연 매출 3조674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8% 성장했지만, 원재료·인건비·판관비 부담이 커지며 영업이익은 20.2% 감소한 1773억원에 그쳤다. 라면·레토르트·조미료 등 주력 제품이 대부분 국내 시장에 묶여 있어 판매량 증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상은 국내 식품과 글로벌 판매 확대에 힘입어 연 매출 4조4016억원을 기록했지만 연매출은 1706억원으로 3.6% 감소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2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9% 줄었다. 원가 부담과 경기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풀무원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3801억원, 영업이익 932억원을 기록, 각각 5.1%, 1.4% 증가하며 외형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적이었다. 두부·간편식 등 주력 제품의 선전으로 외형은 키웠으나, 고환율과 법인세 효과 기저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62% 급감한 130억원대를 기록했다.

빙그레도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4896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883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32.7% 감소했다.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 합병 관련 비용 등이 겹치며 수익성이 떨어졌다. 당기순이익도 약 569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5% 감소했다.

동원F&B 역시 지난해 매출 3조4317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 1951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감소하며 내수 중심 구조의 한계를 드러냈다. 동원F&B의 해외 매출 비중은 약 2.75%로 여전히 낮아 수익성 확대에는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농심이 일본 삿포로 눈축제에서 신라면을 홍보하고 있다. /농심

이 가운데 식품업계는 올해 생존 전략으로 ‘해외 수출·헬스·브랜딩’ 키워드를 꼽았다.

삼양식품·CJ제일제당·농심 등 주요 업체는 북미·유럽·동남아에 현지 생산기지와 물류센터를 구축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관셰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동시에 팬데믹(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 이후 소비자가 ‘건강한 간편식’, ‘슬로우에이징 식단’에 눈을 돌리며 헬스푸드 트렌드도 확산하고 있다. 고단백·저당·비건·글루텐프리 등 헬스 콘셉트 제품 출시가 잇따를 전망이다.

브랜딩 측면에서는 단순히 ‘한국산’이라는 이미지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드라마·K-팝·웹툰 등 한류 콘텐츠와 결합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글로벌 이미지를 강화한다.

실제 삼양식품은 불닭 캐릭터 협업으로 젊은 소비자층과 소통하고, 농심은 신라면 40주년을 맞아 전략 제품인 ‘신라면 골드’를 출시와 함께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을 예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6 동계올림픽 등 스포츠·K-콘텐츠 후원 전략을 병행하며 ‘비비고=K푸드 대표 브랜드’ 이미지 확립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K-푸드 수출 확대에 발맞춰 속도를 내고 있다. 관계부처 합동 K-푸드 수출기획단을 구성해 물류·통관·마케팅을 패키지로 지원하고, 수출 보험·금융 지원과 해외 박람회·한류 콘텐츠 연계 홍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6년 농식품 수출 목표를 160억달러로 제시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식품업계는 글로벌 성장이 기업 실적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준비해 온 현지 생산과 물류 효율화, 원가 관리 등 수익성 중심 전략이 올해 기업 간 더 큰 격차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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