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이 올해 들어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IND)과 신약허가·생물의약품허가(NDA·BLA)를 제출하며 미국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1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 HLB, 파마리서치, 에이비엘바이오, SK바이오팜, 비보존 등 기업이 연초부터 신약 파이프라인을 FDA 심사 절차에 올리면서,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에 대해 미국 파트너사 브레인트리를 통해 지난달 9일(현지 시간) FDA에 NDA를 제출했다. 이번 신청은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미란성 식도염 치료, 미란성 식도염 치료 후 유지요법 등 3개 적응증을 동시에 겨냥한다.
케이캡은 2000명 이상 미국 환자가 참여한 글로벌 3상 임상에서 기존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 ‘란소프라졸대비’ 임상적 우월성을 입증했다. 중증 미란성 식도염 환자군에서도 치료 2주 및 8주 시점 모두에서 란소프라졸 대비 유의미한 효과 개선을 보여, 기존 치료에 반응이 제한적이던 환자군에서도 차별화된 임상적 가치를 확인했다.
HLB는 간암 신약 병용요법에 대해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재신청을 완료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와 중국 파트너사 항서제약은 지난달 23일 각각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에 대한 신약허가신청(NDA)과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에 대한 생물의약품허가신청(BLA)을 제출했다.
두 약물은 병용요법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했으며, 절제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 23.8개월을 기록했다. 병용요법 특성상 FDA는 두 약물을 하나의 치료제로 간주해 통합 심사를 진행한다.
HLB의 간암 신약은 이번이 세 번째 FDA 허가 도전이다. 앞선 두 차례 심사에서는 캄렐리주맙의 제조·품질관리(CMC) 관련 보완 요구가 제기되며 허가가 불발됐다.
HLB 관계자는 "이번 재신청에 기존 심사 과정에서 지적된 사항을 모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HLB는 담관암 치료제에 대해서도 FDA 심사 절차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엘레바는 FGFR2 융합·재배열을 표적하는 항암제 ‘리라푸그라티닙’을 담관암 2차 치료제 적응증으로 FDA에 NDA를 제출했다.
리라푸그라티닙은 FDA로부터 희귀의약품과 혁신신약으로 지정됐으며, 사전 협의를 거쳐 확증 임상 3상 없이 임상 2상 결과를 근거로 한 가속 승인 경로를 적용받았다. 담관암 2차 치료제 임상 2상에서는 객관적 반응률(ORR) 46.5%,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 11.8개월을 기록했다.
리라푸그라티닙은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우선심사가 적용될 경우 허가 여부는 9월 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마리서치는 나노 기술 기반 항암제 ‘PRD-101’의 임상 1상 IND를 FDA로부터 승인받았다. PRD-101은 파마리서치의 DNA 최적화 기술을 고도화한 '어드밴스드 DOT' 플랫폼을 활용한 뉴클레오타이드(핵산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체 분자) 기반 나노입자 항암제로, 기존 나노 항암제의 독성과 이상반응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이번 임상은 미국 내 7개 병원에서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내약성, 약동학 평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재생의학 중심이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항암 치료 분야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보존은 비마약성 중독치료제 후보 ‘VVZ-2471’의 임상 1b상 IND를 FDA로부터 승인받았다.
VVZ-2471은 오피오이드 사용장애(OUD·마약성 진통제 장기 사용에 따른 의존·중독 질환) 치료를 목표로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에서 진행되는 임상에서는 반복 투여에 따른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은 방사성의약품(RPT) 치료제 ‘SKL35501’과 영상진단제 ‘SKL35502’에 대해 FDA로부터 임상 1상 IND 승인을 받았다. 알파핵종 기반 RPT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FDA 임상 승인을 획득한 첫 사례다.
알파핵종은 짧은 거리에서 높은 에너지를 방출해 암세포 DNA를 직접 손상시키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방사선 도달 범위가 짧아 국소조직 손상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임상은 초기 용량 증량을 통해 안전성과 생물학적 활성 용량 범위를 확인한 뒤, 유효성이 관찰된 암종을 중심으로 임상 프로토콜에 따라 용량 최적화 및 확장 단계로 진행할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동일한 IND를 제출해 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RPT를 차세대 항암 파이프라인으로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AI 기반 연구개발 역량을 결합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체계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상 승인을 앞둔 약물도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 ‘ABL206’에 대해 FDA 임상 1상 IND 승인을 받았으며, ‘ABL209’도 IND 심사를 진행 중이다. 두 후보물질은 각각 서로 다른 암 표적을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항체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전임상 단계에서 단일항체 ADC 대비 우수한 항종양 활성을 보였다. 2026~2027년 사이 초기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FDA가 승인한 신약 46개 가운데 국내 기업 제품은 없었다. 2024년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 승인 이후, 또 다른 한국산 신약이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국내 기업들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임상 초기 단계에서 허가 신청 단계까지 단계별로 분화된 진입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단기 성과보다는 FDA 심사 과정에서 데이터 완성도와 개발 역량을 얼마나 입증하느냐가 향후 글로벌 사업 확장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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