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중구=이영실 기자 한 여자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욕망의 민낯에 닿는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레이디 두아’는 가짜일지라도 명품이 되고 싶었던 여자와 그 욕망을 추적하는 남자의 대립을 통해 ‘진짜’의 의미를 짚는다.
10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에서 넷플릭스 새 시리즈 ‘레이디 두아’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김진민 감독과 배우 신혜선·이준혁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레이디 두아’는 가짜일지라도 명품이 되고 싶었던 여자 사라킴(신혜선 분)과 그녀의 욕망을 추적하는 남자 무경(이준혁 분)의 이야기다. 넷플릭스 시리즈 ‘인간수업’ ‘마이네임’ 등 탄탄한 연출로 호평을 받아온 김진민 감독과 밀도 높은 필력으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선보일 신예 추송연 작가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날 김진민 감독은 “사람의 욕망에 대해, 그 욕망을 시리즈로 만든 작품이다. 욕망을 좇는 사람과 그 사람을 쫓는 사람, 두 사람을 보는 재미로 꽉 찬 시리즈”라고 소개하며 “시청자도 함께 보면서 나의 욕망을 마음껏 펼쳐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레이디 두아’는 청담동 한복판에서 얼굴이 심하게 훼손된 채 발견된 사라킴의 시신으로 시작된다. 단순히 한 인물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좇는 것이 아니라, 사라킴의 죽음을 기점으로 점차 드러나는 진실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구조다.
김진민 감독은 이 같은 구성에 매력을 느껴 연출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진민 감독은 “구성이 굉장히 흥미로웠다”며 “뒤를 알 수 없게 전개되는 걸 보면서 요즘 찾기 어려운 대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밝혀지는 사라킴의 과거와 매 에피소드에 배치된 클리프행어 엔딩 역시 관전 포인트다. 회마다 드러나는 사라킴의 새로운 페르소나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특히 가짜와 진짜, 실체와 허상, 욕망과 허영이라는 키워드는 ‘레이디 두아’를 단순한 추리극을 넘어 현대 사회의 욕망을 비추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확장시킨다.
‘레이디 두아’만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설득력 있게 완성하는 데에는 프로덕션의 역할도 컸다.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한 촬영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 화려한 ‘부두아’ 매장과 차가운 분위기의 무경 사무실 등 각 인물의 성격과 상황을 반영한 공간 디자인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여기에 사라킴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드러내는 의상과 긴장감을 더하는 OST까지 더해지며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김진민 감독은 “미술감독에게 많은 권한을 넘겼다”며 “시청자의 시선에서 설득되고, 무엇보다 예뻐 보이고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기준만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로 끌고 가든 믿고 따라갔는데 좋은 선택을 해줬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미술팀과 의상팀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 줬고, 촬영과 조명 역시 미스터리 스릴러의 톤과 분위기를 잘 살려줬다”며 “좋은 전문가들이 모이면서 조금씩 더 해보자는 마음이 쌓여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익숙함을 벗은 선택, 신혜선과 이준혁의 새로운 얼굴
신혜선·이준혁의 활약도 기대된다. 신혜선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 사라킴으로, 이준혁은 끈질긴 집념으로 사라킴의 흔적을 추적하는 형사 무경으로 분해 두 인물 사이의 팽팽한 긴장 관계를 그려낸다. 특히 드라마 ‘비밀의 숲’ 이후 8년 만에 재회한 두 배우는 이전과는 다른 결의 호흡을 예고한다.
신혜선은 “장르적인 걸 하고 싶었던 시기였다. 의문스러운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이 한 여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재밌었다. 또 사라킴이라는 인물의 다양한 정체성이 흥미로웠고 이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너무 궁금했다. 결말이 궁금해서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이준혁은 “이렇게 무언가를 욕망하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편이다. 사라킴이라는 캐릭터가 재밌어서 이 작품에 호감이 있었다”며 “무경이라는 캐릭터가 내가 배우로서 어느 지점에서 꼭 한번 거쳐야 할, 익히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는 역할이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도전적인 선택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혜선이 한다는 것에서 안정적인 마음도 생겼고 김진민 감독님도 워낙 보여주신 게 많아서 나를 깎아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신혜선이 연기한 사라킴은 상위 0.1%만을 겨냥하며 단숨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브랜드가 된 ‘부두아’의 아시아 지사장이지만, 이름과 과거,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 진짜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신혜선은 “모든 사건의 중심이 되는 키를 쥔 인물이기 때문에 미스터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신혜선은 하나의 이름 아래 겹겹이 쌓인 삶과 얼굴을 통해 무엇이 진짜인지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신혜선은 “연기를 극명하게 다르게 가져갈지, 혹은 비슷한 선상 안에서 변주할지 고민했다”며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시각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의상과 화장법에 분명한 차이를 뒀고 인물의 정체성에 따라 분위기를 다르게 표현해 준 점이 연기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진민 감독은 신혜선의 캐스팅을 두고 “한 인물이 여러 얼굴을 보여줘야 하는 작업은 배우의 잠재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캐스팅이 이뤄지는 순간, 연출자로서 내가 할 일은 거의 끝났다고 봤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함께 작업하며 신혜선에 대한 신뢰는 더욱 분명해졌다고 했다.
그는 “상대 배우에게 집중하고 자신을 믿으며 연기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집중력을 보여줬다”며 “감탄했던 순간들이 그대로 화면에 담겼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특별히 내가 한 것보다 배우들을 믿고, 그들이 나를 믿어준 결과가 작품에 담겼다”며 신뢰를 강조했다.
이준혁은 예리한 시선으로 사라킴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무경을 연기한다. 사라킴에 대해 파고들수록 나타나는 새로운 진실과 마주하며 더 많은 의문에 휩싸이는 무경을 밀도 있게 표현한다.
이준혁은 모든 인물을 만나며 사건을 추적하는 무경이라는 캐릭터의 균형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혼자 너무 많이 계산하면 오히려 시청자와의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고 느꼈다”고 돌아봤다. 그런 지점에서 감독과의 소통이 중요한 기준이 됐다는 설명이다.
또 이준혁은 “마냥 편안하기보다는 건전한 긴장감이 유지되는 현장이었다”며 “무경은 모든 인물을 관통하는 캐릭터기 때문에, 현장에서 느껴지는 긴장과 관계의 균형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계속해서 예민하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이 그런 부분을 단단하게 잡아줬고, 덕분에 과하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진민 감독은 이준혁이 연기한 무경을 작품의 균형을 좌우하는 핵심 축으로 꼽았다. 그는 “사라킴을 중심으로 극을 이끄는 인물이 중요했다면, 그를 끝까지 따라가는 무경은 곧 시청자의 시선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역할을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색깔이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고 짚었다. 특히 “뒤로 갈수록 훨씬 더 어려워지는 캐릭터인 만큼, 쉽게 접근해서는 안 되는 역할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준혁과의 작업 과정에 대해서는 “무경은 연출자로서도 가장 다루기 어려운 인물이었고, 연기가 흔들리면 드라마 전체의 균형이 달라질 수 있었다”며 “함께 잘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이준혁이 현장에서 굉장히 날카로운 질문들을 많이 던졌다”고 떠올렸다. 그는 “감독이 얼버무리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질문들이었고, 그 덕분에 연출 과정에서 실수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며 “작품을 단단하게 만들어준 배우라 감사하다”고 평가했다.
시리즈의 긴장감은 신혜선·이준혁의 호흡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신혜선이 끊임없이 얼굴을 바꾸며 인물의 실체를 흐릿하게 만든다면 이준혁은 그 흔들리는 중심을 끝까지 좇는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놓지 않는 관계성을 만들어내며 극의 밀도를 단단하게 붙잡는다.
두 배우가 만들어낸 긴장감의 핵심은 ‘집중’이었다. 이준혁은 “무경이 집중해야 할 대상은 단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며 “내 눈이 곧 카메라라는 마음으로 신혜선을 타이트한 시선으로 따라갔다”고 돌아봤다. 그는 “눈의 떨림이나 미세한 변화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데 가장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신혜선 역시 일대일 장면에서의 집중도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경험한 장면들 가운데 가장 큰 집중이 필요했던 순간이었다”며 “상대 배우가 나를 얼마나 보고 있는지가 시각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신은 한 사람만 잘해서는 성립될 수 없었고, 서로가 같은 밀도로 집중해야만 완성될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덧붙였다. 두 배우는 “서로의 시선과 호흡에 온전히 집중하는 과정이었기에 긴장과 스트레스도 컸지만, 그만큼 강렬하고 오래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김진민 감독과 배우들은 작품을 향한 각자의 바람을 전했다. 김진민 감독은 “결과는 결국 시청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겸손하게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작업은 연출자로서도 많은 영향을 준 경험이었다”며 “두 배우와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에 다시 한번 감사하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두 배우의 힘과 변화,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혁은 ‘레이디 두아’가 지금 시점에 필요한 이야기라고 짚었다. 그는 “사라킴이라는 여성이 순수하게 욕망하는 이야기가 흥미롭고 의미 있다고 느꼈다”며 “욕망을 따라가는 과정 자체가 충분히 즐거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 “신혜선이 자신의 연기를 아낌없이 쏟아부은 작품”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신혜선 역시 “시청자들이 이 시리즈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며 “어떤 의미로든 오래 기억되고, 다시 찾고 싶은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보탰다.
‘레이디 두아’는 총 8부작으로 오는 13일 공개된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