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호황 속 고용 구조, 이 대통령이 꺼낸 의문

시사위크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성장의 과실은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 산업을 키운 성과가 현장과 지역으로 돌아가야 국민에게도 실질적인 기회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조선업 외국인 노동자 의존 구조를 짚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조선업이 장기 호황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현장의 고용 구조는 여전히 저임금 외국인 노동과 하청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단순한 인력난 해법을 넘어 산업 성장의 과실이 노동시장과 지역경제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묻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성장과 공평한 기회는 동전의 양면”

이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을 언급하며 “외국인 노동자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채용해 일을 시키면 국내 노동자 일자리는 어떻게 되느냐”며 “이게 조선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고 물었다. 이어 “1년 일하다 돌아가고 또 최저임금으로 쓰다 보내는 구조가 반복되면 기술 생태계가 유지되겠느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단기 인력 수급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숙련 축적과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 제기다.

특정 지역에 외국인 노동자 비자 발급 권한을 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고용 문제는 국가적 과제인데, 지역에 비자 발급권을 줘 필요한 노동자를 데려다 쓰게 하면 국가적 통제와 관리가 되겠느냐는 의심이 든다”며 시범사업 전반에 대한 점검을 지시했다. 그는 “과연 이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평가해서 다시 보고하라”는 주문도 했다. 인력난 해소라는 단기 처방이 산업 구조 전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따져보라는 취지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임금 구조 변화도 보고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초기에는 임금을 국민총소득(GNI)의 80% 수준으로 설정했는데, 이후 최저임금 수준으로 내려오며 현장 논란이 커졌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저임금 외국인력 확대가 국내 임금과 고용 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노동자 도입이 인력난 해소를 넘어 임금 구조 자체를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국무회의에서 공식적으로 거론된 셈이다.

노동부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수주가 늘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 르네상스는 아니다”라며 “지역과 노동자에게 환류되는 좋은 일자리로 이어져야 진짜 호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와 자동화에만 의존해서는 조선 산업의 미래가 없다”며 일자리 질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선업의 경쟁력 문제를 단순히 수주량이나 생산량이 아니라 고용의 질과 구조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 역시 같은 맥락에서 외국인 노동자 규모 자체보다 조선업 성장의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는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그는 “국가가 재정과 외교력을 동원해 산업을 키웠다면 그 성과는 공평하게 돌아가야 한다”며 “일부 상층만 성장의 과실을 독식하고 밑은 더 어려워지는 구조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조선업을 사례로 들었지만, 반도체·방산·AI 등 전략 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원칙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산업정책과 분배 구조를 함께 보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K-조선은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로 3~4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황이며, 한미 양국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협력을 공식화해 해양 방산 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등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조선업 고용 구조를 점검하며 성장의 과실 분배 필요성을 강조했다. / 뉴시스
K-조선은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로 3~4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황이며, 한미 양국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협력을 공식화해 해양 방산 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등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조선업 고용 구조를 점검하며 성장의 과실 분배 필요성을 강조했다. / 뉴시스

조선업의 고용 구조 문제는 최근 수년간 반복돼 온 쟁점이다. 조선업은 경기 변동이 큰 산업 특성상 정규직 채용보다 하청과 물량팀 중심의 고용 구조가 확대돼 왔다. 호황기에는 인력이 부족하고 불황기에는 대량 구조조정이 반복되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숙련 인력의 유입이 끊겼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청년층이 조선업을 기피하는 대표적인 이유도 고용 불안정과 낮은 처우, 하청 중심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조선업 인력난이 심화되자 정부는 비자 요건을 완화하고 쿼터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인력을 공급해 왔다. 광역형 비자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도입된 제도다. 울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가 해외에서 노동자를 선발·교육한 뒤 현장에 투입하는 방식의 시범사업이 진행돼 왔다. 정부와 지자체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공정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임금 수준과 고용 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돼 왔다.

연구 결과도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뒷받침한다.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연구’에 2025년 최진혁·정흥준 연구진이 발표한 ‘사내하청업체의 인력활용 방식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조선업을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다단계 하청 비중이 높을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임금이 낮은 외국인 노동자 고용은 생산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건비 절감이 곧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통념이 조선업에서는 그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숙련 축적이 어려운 고용 구조 자체가 산업 경쟁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무회의에서 나온 발언은 결국 이 지점을 겨냥한다. 수주 호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현장 일자리가 매력적인 직업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인력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고, 그 공백을 저임금 외국인 노동으로 메우는 구조 역시 고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 경쟁력을 위해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더라도, 그 구조가 내국인 노동시장과 지역경제를 잠식하는 방식이라면 장기적으로는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대통령이 “성장과 공평한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업을 키우는 데 국가 자원이 투입됐다면 그 성과가 일부 기업이나 계층에만 집중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다. 조선업을 사례로 들었지만, 이는 반도체·방산·AI 등 다른 전략 산업에도 적용되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국무회의 발언을 산업 성장과 고용 구조가 따로 움직이는 현실을 짚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조선업을 둘러싼 논쟁이 단순한 인력 수급 차원을 넘어 산업 구조와 분배, 노동시장 개편 논의로까지 확장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조선업 고용 구조를 둘러싼 정책 논쟁도 한층 본격화될 전망이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조선 호황 속 고용 구조, 이 대통령이 꺼낸 의문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