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추진, 의료계 '신중론'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불법 개설 의료기관 단속을 명분으로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권한 남용과 위헌 소지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지난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세 차례 직접 지시했고 생방송까지 진행된 사안인 만큼 도입을 전제로 준비하고 있다"며 특사경 제도 추진 의지를 밝혔다. 불법 개설기관의 경우 수사 착수 직후 자금을 은닉해 환수가 어려운 만큼, 공단에 수사권이 부여되면 즉각적인 계좌 추적을 통해 국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건보공단은 간담회 자료를 통해 특사경 도입 시 수사 기간 단축, 전문성 활용, 불법 개설기관에 대한 집중 수사가 가능해진다며, 선량한 의료기관 보호와 의료질서 확립을 위한 필수 제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건보재정 누수 방지를 위해 적정진료추진단(NHIS-CAMP)을 구성하고 과잉진료 의심 의료기관에 대한 분석과 계도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특사경 도입이 공단의 권한 남용과 기능 변질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공단이 수가 계약의 당사자이자 진료비 지급·삭감 권한을 가진 이해관계자인 상황에서 수사권까지 부여받을 경우, 의료기관은 계약 관계를 넘어 수직적 감독 체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을 위축시키고 방어적 진료를 확산시켜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회에서도 권한 남용 우려로 특사경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음에도, 건보공단이 대통령 업무보고 과정에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며 정식 입법 절차를 우회하려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의협은 특사경 권한 부여가 공단 조직의 권한 확대와 규모 확장을 필연적으로 동반할 수밖에 없다며, 행정권과 수사권의 중첩으로 인한 심각한 권력 남용을 우려했다.

더욱이 건보공단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약 6000억원 규모의 인건비를 정부 지침을 위반해 과다 편성하고 이를 내부적으로 나눠 가진 사실이 적발됐으며, 현재 감사원의 감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발생한 공단 직원 횡령 사건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공단 자체가 수사 대상이 돼야 할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의협은 건보재정 누수 방지라는 목표 역시 특사경 도입이 아닌 기존 경찰 조직의 전문 수사 인력을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무장병원 수사가 장기간 소요되는 이유는 조사 난이도와 범위가 넓기 때문이며, 속전속결식 수사는 부실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향후 무죄 판결 시 환수금과 지급 보류 금액을 이자까지 포함해 반환해야 하는 만큼, 오히려 재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적정진료추진단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단순 수치 분석을 통해 과잉진료를 판단하는 방식은 정상적인 진료를 수행하는 의사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낙인찍을 수 있으며, 건보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이 의료쇼핑 등 수진자의 과다 이용에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잉진료 판단에는 의학적 전문성을 갖춘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건강보험법상 수가 계약 당사자인 건보공단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은 위헌·위법 논란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정부와 공단은 특사경 권한 부여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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