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약가 개편안을 상정, 오는 7월부터 제네릭 의약품 산정률 인하를 추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제약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회원사 CEO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업계의 결속을 재차 강조하며 대응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 회장은 5일 서신에서 지난해 11월28일 정부가 국산 전문의약품 약가를 기존 53.55%에서 40%대로 인하하는 방안을 담은 약가 개편안을 발표한 직후, 업계가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해 즉각 대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정책 추진이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서신에 따르면 현재 상위 100대 제약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8%, 순이익률은 3%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런 구조에서 약 25%에 달하는 약가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연간 최대 3조6000억원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협회의 분석이다. 노 회장은 이 같은 수치가 단순한 수익 감소를 넘어 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약가 개편안에는 필수·저가 의약품 공급 중단으로 인한 보건안보 약화, 대규모 일자리 감소 가능성, 유통 질서 왜곡과 리베이트 재발 우려, 예측 가능한 약가 정책 부재 등 중대한 문제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수익성의 한계에 도달한 제약산업이 추가적인 약가 인하를 감내할 경우 위기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연구개발(R&D)과 품질 혁신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산업 전반의 성장동력과 경쟁력 상실로 연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대위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국회와 정부, 유관 단체, 노동계 등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대국민 홍보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국회 정책 토론회 등을 통해 '제약강국 도약을 위한 약가정책'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과 재정 안정성'을 주제로 개편안의 위험성을 공론화해왔다.
이 과정에서 다수 언론을 통해 산업계의 목소리가 확산되자 학계와 의료계에서도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의약품 급여정책과 의료기술 가치 연구자 13인은 이번 개편안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으며, 대한약학회와 한국약제학회 역시 칼럼과 간담회를 통해 정책의 부당성을 짚었다.
비대위는 또 지난달 22일 국내 의약품 생산의 핵심 거점인 향남제약공단에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일방적인 약가 인하가 제조 기반과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직접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는 의약품 생산 최전선에서 느끼는 불안과 조급함이 공유되며, 균형 있는 정책 마련과 졸속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같은 움직임은 경제계와 노동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노총 등은 약가 개편이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부작용에 공감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정부의 약가 개편을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졸속 행정"으로 규정하고, 제약산업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지난 1월 건정심 회의에서는 노조 측이 1인 피켓 시위에 나서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노 회장은 서신 말미에서 현재 비대위를 중심으로 대응이 이어지고 있지만,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전 회원사가 하나로 뭉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업계 내부의 결속을 다시 한 번 요청했다.
한편 약가 개편안은 오는 2월 건정심에서 최종 확정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남은 논의 과정에서 산업계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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