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민트] 쾌감보다 대가… 류승완식 첩보 연출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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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휴민트’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NEW
영화 ‘휴민트’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동남아에서 발생한 국제 범죄를 추적하던 국정원 블랙 요원 조 과장(조인성 분)은 자신의 휴민트 작전에서 희생된 정보원이 남긴 단서를 좇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신세경 분)와 접촉하고 그녀를 새로운 휴민트 작전의 정보원으로 선택한다.

한편 국경 지역에서 벌어진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같은 도시로 파견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 분)은 사건의 배후에 북한 총영사 황치성(박해준 분)이 연루돼 있음을 감지한다.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인물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마주하며 의심과 불확실한 진실은 점차 얽혀 간다. 각자의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밀어붙인다.

‘휴민트’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밀수’ ‘모가디슈’ ‘베테랑’ ‘베를린’ ‘부당거래’ 등을 통해 장르적 완성도를 증명해온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조인성·박정민·박해준·신세경 등이 출연해 강렬한 앙상블을 완성한다. 

첩보 액션이라는 장르적 외피 위에 인물의 선택과 감정이 촘촘히 축적되며 류승완 감독 특유의 리얼한 액션 연출이 물리적 쾌감을 넘어 어디까지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총성과 추격의 밀도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정보원으로 선택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윤리적 부담과 감정의 균열이다. ‘휴민트’에서 액션은 충돌의 쾌감에 머무르기보다 결정 이후 남겨지는 결과, 대가를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그렇다고 액션의 존재감이 약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거칠고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놀라울 만큼 밀도 높은 액션 시퀀스를 연속 배치하며 류승완 감독 특유의 리얼한 연출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증명한다. 특히 이러한 강도 높은 액션은 세 인물(조과장·박건·황치성)을 통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 반복보다 끊임없는 변주로 체감돼 보는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정제되고 절제된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으로 설계된 조 과장의 액션과 보다 즉각적이고 공격적인 박건, 액션보다 폭력에 가까운 황치성의 대비는 장면마다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압박하며 보는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세 인물이 맞부딪히는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며 감정의 축적과 장르적 쾌감을 동시에 폭발시킨다.

흠잡을 데 없는 열연을 보여준 (위 왼쪽부터 시계방형으로)조인성·박해준·박정민·신세경. / NEW
흠잡을 데 없는 열연을 보여준 (위 왼쪽부터 시계방형으로)조인성·박해준·박정민·신세경. / NEW

인물에서 출발한 영화적 긴장은 블라디보스토크라는 공간을 만나며 더욱 차갑게 응축된다. 류승완 감독은 블라디보스토크의 공기를 구현하기 위해 라트비아 로케이션을 택하며 첩보극의 긴장을 추상적 설정이 아닌 물리적 체감으로 끌어내린다. 차갑고 무거운 콘크리트 질감과 눈으로 채워진 풍경은 인물들의 감정과 충돌하며 선택의 무게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영화 속 공간은 감정을 설명하기보다 그 감정이 놓인 상태 자체를 먼저 느끼게 하는 감각적 장치가 된다. 

배우들도 제 몫을 해낸다. 조인성은 국정원 요원 조 과장을 냉철한 판단력과 트라우마가 공존하는 인물로 그려내며 절제된 감정과 액션을 설득력 있게 소화한다. 박정민은 박건이라는 캐릭터에 불안정한 에너지와 감정의 균열을 입히며 극의 긴장을 흔드는 변수로 기능한다. 진한 멜로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 애절하고 애틋하며 아리다. 

박해준은 황치성을 통해 가장 불편한 얼굴의 권력과 폭력을 구현하며 등장만으로도 서늘한 압박감을 남긴다. 신세경은 채선화의 고요한 태도 속에 단단한 내면을 쌓아 올린다. 보호받는 존재에 머무르지 않고 때로는 타인을 구하며 스스로 삶을 바꿔 나가는 주체적인 인물의 결을 안정적으로 받아낸다. 

류승완 감독은 “액션 영화의 영원한 테마는 ‘구원’이고 ‘휴민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하며 “가장 재밌고, 가장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영화”라고 자신했다. 러닝타임 119분, 오는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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