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코스피 5000 돌파’ 등 증시 호황에도 불구하고 올 초 원/달러 환율은 1480원대를 넘어서는 등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당국의 미세조정과 환헤지성 시장 개입이 이어지면서 외환보유액은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원화 약세를 자극할 변수들이 산적해 향후 환율 상승과 추가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외환보유액은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약 200억달러 남은 것으로 추산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국 주식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유출로 환율 상승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까지 악화하며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여도 원화 가치는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를 제외하면 석유화학과 철강 등 주요 산업의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고, 내수 침체와 고용 부진이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전반적인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259억1000만달러로, 전월 말(4280억5000만달러) 대비 21억5000만달러 줄었다. 지난해 12월 하락 전환 이후 두 달 연속 감소세다.
◇환율은 오르는데 주식시장 초호황…외환 심리적 마지노선 4000억달러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고 있지만, 미국 주식 투자 확대와 경기 둔화에 따른 자금 유출 규모가 이를 웃도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의 외환보유액 적정 수준을 5000억달러 이상으로 보고 있다. 현재 4200억달러 선에서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한 추가 개입이 이어질 경우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4000억달러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으며, 이 선이 무너질 경우 환투기 세력 유입 등으로 외환시장의 불안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외환시장 개입 자체가 원화 가치 하락을 전제로 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심리적 불안으로 환투기가 촉발될 수 있고, 원화보다 달러를 선호하는 수요가 늘면서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 하락 요인은 국내 경제 여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상용화가 본격화할 경우 원화를 회피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환율 불안이 구조적으로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정식 교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확산하면 원화 가치 하락을 우려한 경제 주체들이 보유한 원화를 달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수 있다”며 “현재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 역시 이러한 요인이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연초 1480원 돌파…‘환율 방어’ 외환보유액 감소세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2~5월 41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진 뒤 6개월 연속 증가해 11월에는 3년 3개월 만에 4300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연말을 기점으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며 4300억달러선을 하회하고 있다.
환율 흐름이 외환보유액 감소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정부의 수급 안정 대책으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20원대까지 내려갔지만, 연초 들어 상승세가 재개되며 148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외환당국은 미세조정에 나섰고,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를 통한 환헤지성 개입도 병행됐다.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글로벌 달러 흐름과 비교하면 원화 약세는 더 두드러진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월 말 기준 96.28로 전월(98.24) 대비 2.0% 하락했다. 달러 약세 국면에서 일본 엔화는 달러 대비 2.2% 강세를 보였고, 호주 달러화(5.2%), 영국 파운드화(2.6%), 유로화(1.9%)도 일제히 상승했다. 반면 원화는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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