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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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동료도 시스템도 없었다. 일을 지시하는 사람은 있지만 일을 진행할 사람은 나뿐이었고, 혼자 부닥치고 깨지며 시스템을 만들고 결과를 내야 했다. 시간이 지나며 함께 하는 사람들이 생겼지만, 나는 여전히 혼자 일했다. 이상하게 사람이 늘어도 일은 줄지 않았다. 도와달라는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매일매일 분을 못 이긴 눈물 쏟으며 일을 했다. 밤새는 일이 허다했고, 점점 버거웠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대학교 과제와 시험, 학교 밖에서 밀려오는 일을 쳐내며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어’라는 생각만 반복했다. 어떻게 하루가 가는지 몰랐다.
날이 갈수록 웃음을 잃던 어느 날, 지나가던 누군가 말했다. “야, 일을 잘 나누는 것도 능력이야.” 딱 한마디였다. 그 한마디에 큰 충격을 받았다. ‘왜 나는 일을 나누는 것을, 누군가에게 도와달라 요청하는 것을 주저했지?’
<일의 말들>의 다음 글을 읽자, 그 시절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전까지는 되도록이면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다. 남에게 도움을 구한다는 건 취약하다는 뜻이고, 운영자로서 취약함을 드러내는 건 치명적인 실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중략) 매끈하고 완벽하게 정리된 결과물만 보여 주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고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하자 동료들이 늘어났다. (중략)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건 최소한 내가 어떤 부분에서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다는 의미이자 다른 사람들을 신뢰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혼자인 나는 모르는 것, 할 수 없는 것이 많다. 타인의 손길이 나를, 내 일을 더 낫게 만든다. (본문 중에서)
<일의 말들>에는 저자 황효진이 차곡차곡 모은, 일에 대한 백 가지 문장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 페이지에 한 문장, 그다음 한 페이지에 그 문장에 관한 짤막한 글이 반복된다. 덕분에 편하게 끊어 읽을 수 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기분 내키는 대로 읽기도 가능하다. 출퇴근 길 들고 다니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가볍디가벼운 책만은 아니다. 일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충분히 제공한다. 정규직, 계약직, 프리랜서, 개인사업자를 모두 경험한 저자가 고른 일에 관한 문장과 이야기라, 누구든 어렵지 않게 공감하겠다 싶기도 하다. 나 역시 언급한 글 외에도 많은 글에 공감하며 책장을 넘겼다.
누군가는 이 책 속에서 고민의 답을 찾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하기도 하고, 함께 일했던 누군가나 어떤 상황을 떠올리기도 할 테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래, 이렇게 일하면 좀 낫겠다’, ‘나도 이랬던 때가 있었지’ 하며 자연스레 일을 하기 좋은, 혹은 일에 대한 고민을 털어내기 좋은 상태로 몸과 마음을 예열하게 될 테니, 일을 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영양제(?)는 없겠다.
어딘가로 출발하기 전 이 책을 한 번 펴봐라. 글을 따라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당신의 목적지에 도착할 거다. 내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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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비.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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