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개혁이란 ‘가죽을 벗긴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변화를 위해 고통스럽지만 꼭 필요한 탈피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검찰개혁도 마찬가지다. 기존 권력을 재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게 해체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공소청·중수청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진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해당 법안이 검찰 권한을 끊어내기보다 다른 형태로 존속시키는 구조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논쟁은 ‘검찰개혁을 했는가’가 아니라, ‘검찰권을 정말 끝낼 것인가’를 묻는 시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 수사·기소 분리… “되돌릴 수 없어야”
정부가 공소청·중수청법을 입법예고한 직후 정치권과 법조계의 반발이 빠르게 확산됐다. 단순한 제도 보완이나 조직 재편을 둘러싼 이견 수준이 아니라 “이대로면 검찰개혁의 방향이 거꾸로 갈 수 있다”는 경고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핵심은 하나다. 수사와 기소를 형식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결합될 수 없도록 구조적으로 끊어냈느냐는 질문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13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지하 1층 소강당에서 열린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소속 의원들이 공동 주최했고,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서보학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발제는 유승익 명지대 교수(중수청 입법안의 구조적 문제와 제도적 방향)와 김남준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공소청 입법안, 수사·기소 분리에 역행하는 구조)가 맡았고 △강동필·이석범 변호사 △오병두·김은진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서보학 교수는 토론에 앞서 이번 입법예고를 두고 “개별 조항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개혁을 어떤 철학과 방향으로 설계할 것인지가 걸린 사안”이라고 짚었다. 서 교수는 “수사·기소 분리가 형식적 구분에 그쳐서는 안 되며, 다시 결합될 수 없도록 권한을 구조적으로 분산시키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중수청 법안 검토에 대해 발제한 유승익 교수는 정부안이 검찰개혁의 핵심을 정면으로 비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승익 교수는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검찰에 집중돼 있는 대규모 직접수사 인력을 분리하는 문제를 꼽았다. 특히 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으로 나눈 이원 직급 체계를 두고 유 교수는 검사 중심 구조가 중수청으로 그대로 옮겨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설계가 중수청을 “검찰의 새로운 ‘식민지’, 제2의 검찰청”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수청의 수사 범위가 9대 범죄로 확대된 점도 도마에 올랐다. 유 교수는 “검찰개혁의 흐름은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 그리고 ‘제로’로 가는 과정이었다”며 “다시 9대로 확대하는 것은 개혁의 방향을 설명할 수 없는 퇴행”이라고 말했다. 선거·마약·사이버 범죄가 포함된 점에 대해서는 “전국 조직도 아닌 중수청이 선별 수사를 할 수 있는 구조를 열어주는 것”이라며 정치적 악용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어 두 번째 발제로 공소청 법안을 분석한 김남준 변호사는 “공소청법은 검찰청이라는 이름만 바꾼 법안에 가깝다”고 직격했다. 김 변호사는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으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는 기존 검찰청 체계를 그대로 복제한 것”이라며 “공소청이 굳이 이렇게 비대한 조직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형사소송법이 함께 개정되지 않을 경우 검사가 보완수사권은 물론 사실상 직접수사권까지 유지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토론자들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강동필 변호사는 수사 실무 경험을 토대로 “중수청이 광범위한 범죄를 맡고 이첩·이송 권한까지 행사할 경우, 수사가 오히려 지연되고 그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석범 변호사는 “이번 정부안은 법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선택의 문제”라며 “내란 이후 출범한 정부의 검찰개혁은 과거와 같은 타협적 접근으로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은진 교수는 국민의 시선에서 문제를 짚었다. 그는 “검찰개혁은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검찰이 더 이상 수사의 주체가 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며 “이번 법안은 국민들이 기대했던 ‘검수완박’의 취지와 정반대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검사의 신분 보장과 특권적 지위를 유지한 조항들에 대해 “검찰을 일반 공무원과 다른 집단으로 남겨두려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의 문제의식도 분명했다. 김용민 의원은 “보완수사권을 검찰에 남겨두는 순간, 검찰개혁은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간다”며 “중수청을 통해 특수부를 확대 재편하는 구조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지체된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라며 “수사·기소 분리는 어떤 정부에서도 건드려서는 안 될 헌법적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드러난 공통된 메시지는 명확했다. 검찰개혁은 ‘덜 위험한 타협’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게 구조를 바꾸는 선택이라는 점이다. 공소청과 중수청이라는 새 조직의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검찰 권력이 살아 숨 쉴 공간이 남아 있는지 여부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이번 입법예고를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혁이 탈피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다시 껍질을 덮는 일이 아니라 완전히 벗겨내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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