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상당수 경찰조사 혼자 받아… 인권위 “방어권 보장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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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교정시설에서 발달장애인 127명을 직접 면담해 진행한 '수사기관의 발달장애인 방어권 보장에 관한 직권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면담자 가운데 27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혼자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교정시설에서 발달장애인 127명을 직접 면담해 진행한 '수사기관의 발달장애인 방어권 보장에 관한 직권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면담자 가운데 27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혼자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수사현장에서 발달장애인의 상당수가 경찰조사를 혼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3월부터 약 두 달간 전국 교정시설에서 발달장애인 127명을 직접 면담해 진행한 ‘수사기관의 발달장애인 방어권 보장에 관한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4년 기준 국내 등록 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약 5.1%를 차지하며, 이 가운데 약 10.7%가 발달장애인으로 집계됐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같은 해 경찰이 처리한 발달장애인 관련 사건은 1만1,000여 건에 달한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신뢰관계인 동석 제도와 전담 수사관‧검사제도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제도 운영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이번 직권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127명 면담 조사 대상자 중 신뢰관계인의 조력을 받은 경우는 27명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단독으로 경찰 조사를 확인됐다. 특히 단독으로 조사를 받은 이들 가운데에는 글을 전혀 읽고 쓸 줄 모르거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도 포함돼 있었다.

면담 대상자들은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검사가 자신의 사건을 담당했는지 여부를 인식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발달장애 전담 수사관이나 전담 검사제도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상당수는 체포되거나 조사를 받았던 장소인 경찰서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면담 대상자의 상당수는 가정폭력, 가출, 보호시설 생활 경험 등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부모 모두 지적장애인 경우 △보호자가 고령의 조부모인 경우 △혼자 생활하는 경우 등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진술했다.

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수사 초기부터 발달장애인 여부 확인이 중요함에도 현장에서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인으로 등록된 경우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애 정도를 객관적으로 판별해 지원이 필요한 피의자를 가려낼 수 있는 기준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 등록 조회에만 의존하기보다 실질적으로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이 가능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세부적인 판별 기준과 방식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발달장애인 개인의 처한 상황에 관계없이 수사기관이 발달장애 여부를 판별하고 신뢰관계인을 동석시키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신뢰관계인이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 역할 범위를 구체화해야 하며, 주변에 신뢰관계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 이를 대신할 인적 조력 제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0일 △발달장애인 수사 절차 전반에 관한 세부 내용과 절차를 정해 ‘발달장애인 조사규칙’ 제정 △현행 발달장애인 전담 수사관 제도를 점검하고 제고 방안을 마련해 관련 통계를 수집‧분석해 정기적으로 공개 △발달장애인 등이 공소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방안 마련 등을 수사기관에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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