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홍원학 사장이 규정한 삼성생명의 2026년 경영 코드는 ‘부스트업’이다. 보험 본업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환경 속에서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고, 보험을 넘어 라이프케어 복합금융 플랫폼으로 체질을 재정렬하겠다는 선언이다.
13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홍 사장은 새해 신년사를 통해 ‘보험을 넘어서는 보험’과 ‘라이프케어 복합금융 플랫폼’을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 단순히 보험 판매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건강·연금·자산관리·일상 서비스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해 중장기 성장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플랫폼 전환 전략의 실행 수단으로 AI 활용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AI는 선택이 아니라 경영의 핵심 키워드”라며 “느끼는 수준을 넘어 조직이 체화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은 이에 따라 생성형 AI 기반의 ‘AI CX 글쓰기 시스템’을 도입하고, 모바일 청약 2.0으로 OCR 자동 입력과 절차 단순화를 적용하는 등 AI를 고객 접점과 보험 운영 전반에 실제로 접목하고 있다.
홍 사장은 “세상의 속도에 추월당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부스트업해야 한다”며 기존 관성에서 벗어난 구조 전환을 주문했다. 양적 성장보다 체질을 바꾸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 실적 ‘사상 최대’ 전망에도…본업은 ‘흔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2조4956억원이다. 전년 대비 10.4%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하다.
다만 실적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본업 부담은 분명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보험서비스손익은 1조9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했다. 특히 3분기 개별 기준 보험서비스손익은 2620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45% 급감했다.

보험영업 부진의 핵심 원인은 예실차 손실의 급등이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예상한 보험금과 사업비 대비 실제 지출의 차이를 의미한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2분기 460억원의 예실차 이익과 달리, 3분기에는 540억원의 예실차 손실이 발생했다. 분기 기준으로만 약 1000억원에 달하는 실적 격차가 난 셈이다. 3분기 보험금 예실차 적자는 990억원에 달했고, 연간 누적 기준으로는 -1600억원까지 확대됐다.
이에 삼성생명은 1990년대 판매된 연금보험과 2000년대 초반 건강보험 등 레거시 계약의 유지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며 보험금 지급 부담이 커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계리적 가정과 실제 손해율·해지율 간 괴리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 투자손익·CSM으로 방어…구조적 의존도는 숙제
보험 본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실적 방어를 맡은 것은 투자손익이다. 지난해 3분기 투자손익은 69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9% 증가했다. 누적 투자손익 역시 1조71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늘었다. 배당금 수익과 부동산·유가증권 처분이익 확대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다만 보험손익보다 투자손익의 비중이 커지는 구조는 중장기 과제로 지적된다. 금리·자산시장 변동성에 따라 실적 변동 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 방어의 또 다른 축은 보험계약마진(CSM)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보유 CSM은 14조원으로 연초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했다. 3분기 누적 신계약 CSM은 2조2980억원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건강보험 신계약 CSM이 1조75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9% 늘며 질적 성장을 견인했다.
◇ 건강·종신 중심 상품 전략…포트폴리오 재편 가속
상품 전략에서도 방향 전환이 뚜렷하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하반기 건강보험과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질적 수익성을 강화한 신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8월 선보인 ‘The퍼스트 건강보험’은 가족결합 할인과 무사고 계약전환 제도를 도입해 건강관리 유인을 강화했고, AI 기반 위험률 개발을 적용해 건강보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골든종신보험’ 역시 사망보장에 더해 납입보험료 인출 기능을 결합해 종신보험의 활용도를 높였다. 예실차 부담이 큰 레거시 계약 비중을 줄이고, 건강·종신 중심의 고수익 신계약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판매 채널도 안정적인 흐름이다. 전속 설계사 수는 4만2096명, 법인보험대리점(GA) 가동지사는 3939곳으로 확대되며 전속·비전속 채널의 균형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 ‘투톱 체제’와 조직 개편…보험 본업 재설계 시험대
삼성생명은 올해 조직과 경영 체제에서도 변화를 택했다. 지난해 말 이승호 금융경제력제고TF장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홍원학 사장과의 2인 사장 체제를 3년 만에 재가동했다. 앞서 삼성생명은 2022년 말에도 전영묵 당시 대표이사 사장과 박종문 당시 금융경쟁력제고TF장 사장이 2인 사장 체제로 회사를 이끈 바 있다.
이 신임 사장은 삼성증권과 삼성생명에서 자산운용 경험을 쌓은 인물로, IFRS17과 지급여력비율(K-ICS) 등 새로운 자본 규제 환경에서 보험업과 자산운용의 역할 분담을 통해 변동성에 대응하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조직 측면에서는 디지털혁신실을 플랫폼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디지털·헬스케어·시니어 기능을 통합했다. 소비자보호실을 신설해 상품 개발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선제적 소비자 보호 체계를 강화한 점도 눈에 띈다.
금융당국이 IFRS17 안정화 국면에서 일탈회계 정상화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대규모 계약자지분조정 처리 방식 역시 제도 리스크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감독 기준상 지급여력(K-ICS)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관건은 플랫폼 전략이 보험 본업의 변동성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느냐다. 건강·연금 중심의 고수익 신계약 확대, 포트폴리오 조정, 조직 개편이 단기 실적 방어를 넘어 구조적 안정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2026년 삼성생명의 가장 큰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건강 상품 라인업을 확대해 순수건강 중심 상품 경쟁력을 제고한 결과 신계약 CSM은 생보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해지 방어, 보험금 관리 등 효율 제고를 통해 보유 앞으로 CSM도 우상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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