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증권업계는 올해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증시 호조로 주식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수수료 수익은 껑충 뛰었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여파로 위축됐던 기업금융(IB) 부문도 인수금융 및 리파이낸싱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내년 업황 전망도 밝다.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모험자본 공급 확대 기조에 따라 증권사의 역할이 강화하고 사업 영역도 확장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다.
다만 업황 호조에도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희비는 다소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사 위주의 시장 재편 흐름 속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 자본력 앞세운 대형사, 사업 영역 확장으로 먹거리 발굴 확대
금융당국은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해 최근 종합투자계좌(IMA)와 단기금융(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잇따라 결정했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달 19일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IMA 사업자로 지정했다. 발행어음 사업 인가는 최근 키움증권에 이어,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획득했다. 지난 17일 금융위는 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에 대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 및 발행어음 인가를 의결한 바 있다. 이로써 발행어음 사업자는 7곳으로 늘어났다.
향후 IMA와 발행어음 사업자는 더 확대될 수 있다. 현재 NH투자증권은 IMA 사업자 인가를 위한 심사를 받고 있다. 메리츠증권과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IMA와 발행어음 사업자는 일정한 자기자본 이상의 대형 증권사만 신청 가능하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발행어음 사업자는 4조원 이상의 자격 기준을 갖춰야 한다. IMA 사업자는 자기자본의 최대 300%까지 IMA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발행어음 사업자는 자기자본 200% 한도 내에서 발행어음을 발행해 자금 조달이 가능한 구조다. IMA와 발행어음 사업자는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일부를 모험자본에 공급해야 한다.
이번 사업 인가로 IMA와 발행어음 시장에 진출하게 된 대형 증권사들은 들뜬 분위기다. 사업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지난 9일 리포트를 통해 IMA와 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해당 증권사의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 대형사 vs 중소형사, 실적 격차 커질 듯
나신평 측은 “기존 발행어음 사업은 2022년과 2023년을 제외하면, 2020년 이후 매년 순이익의 약 10% 내외를 기여하며, 수익 다각화에 뚜렷한 효과를 보여 왔다”며 “IMA와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해질 경우, 인가 종투사에 추가적인 조달 옵션을 제공하고, 새로운 투자 기회 창출 및 고객 유치 확대를 통해 수익구조 다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지위 강화에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모험자본 공급의무가 강화됨에 따라, 편입 자산의 부실 가능성, 원금보장 의무에 따른 부담, 불완전판매 방지 등 다양한 위험요인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는 이번 사업 인가를 계기로 대형사 위주의 시장 재편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큰 자본력과 영업규모를 갖춘 대형사가 더 큰 시장 지배력을 갖추고 수익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 것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선 대형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의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신평 측은 “올해 3분기 누적 국내 증권사 순이익은 7.7조원으로 전년 동기(5.8조원) 대비 크게 증가했지만 총자산순이익률(ROA)을 살펴보면 대형사 1.3%, 중소형사 0.7%로 업황 개선의 수혜가 주로 대형사에 집중되는 구조적인 양극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일반투자자의 국내·외 증시 투자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리테일 부문이 강세를 있는 가운데 자금조달능력과 영업력을 갖춘 대형사가 수도권 우량PF(Project Financing)을 선별 영업하면서 중소형사와 격차를 확대한 점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나신평 측은 “중소형사의 경우, 지속적인 부실정리 노력으로 부동산PF발 하방위험은 2024년말 대비 완화된 것으로 판단되지만, 구조적으로 부동산금융 의존도를 재차 확대하는 것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년 간 중소형사들은 부동산 금융 부문을 통해 수익 확대를 노려왔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이전과 같이 공격적인 사업은 쉽지 않아졌다는 평가다.
나신평 측은 “2025년 6월 이후 주식시장의 상승에 힘입어 중소형사에도 일부 실적 개선의 온기가 미치고 있으나, 이러한 실적 회복 흐름은 운용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며 “대형사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고, 자본력에 기반한 운용(Book)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 중소형사의 실적 회복 수준과 경쟁력 유지 가능성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선출된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 당선자는 취임 후 주요 과제로 금투업권의 균형 성장을 제시했다. 황 당선자는 “대형사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소형사는 혁신 참여를 더 확대해, 모든 업권이 소외되지 않고 균형감 있게 나아갈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과연 내년 업권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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