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금융권에 책무구조도가 본격 시행된 지 1년의 시간이 지났다. 제도를 시장에 안착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금감원, 책무구조도 운영 실태 점검 결과 발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22일 책무구조도를 도입한 금융지주와 은행 40개사 대상으로 진행한 운영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 각자의 내부통제 책임 영역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문서로,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 내부통제 관리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배구조법 개정에 따라 금융사는 책무구조도를 작성해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업권별로는 책무구조도 제출 시한은 차이가 있다.
지주사와 은행의 경우, 가장 먼저 도입됐다. 지주사와 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책무구조도 제도를 시범운영한 뒤,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나섰다. 금감원은 올해 책무구조도를 도입한 지주·은행사를 대상으로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의무 및 이사회 보고 의무 등의 이행 실태 △이사회 및 내부통제위원회 운영 등 감독체계의 적정성 등을 주로 점검했다.
금감원은 “점검 결과 은행들이 내부통제 책임자로서 대표이사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신설 내부통제위원회를 내실 있게 운영하고자 하는 등 일부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됐다”며 일부 모범사례를 소개했다. 다만 보완 필요사항도 다수 발견됐다며,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먼저, 대표이사 총괄 관리의무 위임 과정에서 이해상충 우려가 제기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다수 금융사는 대표이사가 총괄 관리의무를 소관 임원에게 위임하고, 대표이사는 그 이행 결과를 보고받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형태로 총괄 관리의무 이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A사를 비롯한 대다수 회사는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의무 중 ‘임원의 관리의무 이행의 적정성 점검’을 각 임원에게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원이 자신이 이행한 관리조치를 ‘셀프점검’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는 게 당국의 지적이다.
◇ “임원 셀프점검으로 이해충돌·형식적 감독”… 보완사항 지적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임원의 셀프점검에 따른 이해상충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총괄 관리의무 위임의 근거·대상·내용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의무와 임원의 관리의무 중복 문제점도 포착됐다. 대표이사는 금융사 내부통제 등의 전반적인 집행 및 운영에 관한 책임자이므로, 총괄 관리의무는 내부통제의 시스템적 실패 방지를 위한 전사적인 조치와 점검사항으로 구축·이행돼야 한다. 그러나 B사는 임원의 관리조치 보고와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의무 보고상 일부 조치활동이 중복돼 해당 임원이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의무를 위임받아 수행한 내용인지 또는 본인의 관리의무를 이행한 내역인지 구분이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험관리 정책 등의 체계적 집행과 운영에 있어서도 미흡한 점이 발견됐다. 대표이사는 위험관리 측면에서 이사회 등이 수립한 정책·기본방침 및 전략 등을 집행·운영할 총괄 관리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대다수 회사는 전사적인 위험관리 관점에서의 세부 전략과제 설정, 주기적인 이행 점검 등 총괄 관리조치 이행체계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일·유사업무 장기간 수행에 따른 위반행위 발생 방지 조치 점검도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다수 회사가 명령휴가, 장기근속 제한, 직무분리 등 위반행위 방지조치의 이행 여부를 단순 점검하는 데에 그치고, 조치의 실효성 에 대한 검토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사회 및 내부통제위원회의 형식적 감독도 보완사항으로 지목됐다. 개정 지배구조법은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해 임원 등의 관리의무 이행의 적정성을 점검·평가하고, 미흡사항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요구토록 하고 있다.
금감원 측은 “대다수 회사의 이사회 및 내부통제위원회에 대한 총괄 관리 의무 보고 안건을 검토한 결과, 각 관리조치별 이행 실적이 단순 나열식으로 기재돼 있었고, 내부통제 등 관련 위원들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내용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위원들이 (총괄)관리의무 이행에 대한 적정성을 평가하고 미흡사항 개선을 요청하기 위한 판단기준이 미비해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질 소지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금감원 측은 “현재까지는 신설 제도의 운영 관련 업권별·회사별 편차가 존재하는 등 실효성 있는 책무구조도 기반의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점검 결과 확인된 모범 사례 및 보완 필요 사항을 설명회 등을 통해 업계에 안내하는 한편, 앞으로도 새로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 및 관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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