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채권 발행 2년 연속 ‘사상 최대’…이자 부담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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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업계의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가 2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국내 보험업계의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가 2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하며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전략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 회계기준(IFRS17)과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체계가 안착하면서, 채권 발행이 단기 처방이 아닌 상시적인 자본 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보험사들이 국내에서 발행한 자본성증권(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규모는 6조8070억원이다. 여기에 외화 자본성증권 발행액 15억달러(약 2조775억원)를 포함하면 전체 발행 규모는 8조8845억원에 달한다.

발행은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한화생명과 DB손해보험이 각각 1조9590억원, 1조6670억원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하며 전체 물량을 주도했고, 동양생명·현대해상·KB손해보험·신한라이프 등 주요 보험사들도 수천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잇달아 찍었다. 국내 원화 발행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은 각각 15억달러, 5억달러를 외화 자본성증권으로 발행하며 자금 조달에 나섰다.

발행 확대의 배경에는 킥스 체계의 구조적 특성이 있다.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현행 제도에서는 금리 변동에 따라 요구자본이 크게 흔들린다. 금리가 하락할 경우 보험사가 미래에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현재 가치가 늘어나면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구조다. 이에 보험사들이 자본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는 발행 물량의 상당 부분이 1분기에 집중됐다. 연초 금리 하락과 할인율 부담이 겹치면서 킥스 비율 방어를 위한 자본 확충 수요가 컸기 때문이다. 이후 하반기 들어 시장금리가 반등하면서 신규 발행은 다소 줄었지만, 만기 도래 물량에 대한 차환 발행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자 비용 부담이다. 자본성증권은 보험업법상 자본으로 일부 인정되지만, 회계상으로는 결국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채무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변제 순위가 낮은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국내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금리는 대부분 연 4~6%수준으로, 올해 발행분만을 기준으로 해도 연간 이자 비용은 4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익성 측면에서 보험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당국이 하반기부터 킥스 권고 기준을 150%에서 130%로 완화했지만, 내년부터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도입을 예고하면서 보험사들의 자본 전략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고 있다. 기존에는 후순위채 발행만으로도 킥스 비율 방어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손실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 비중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채권 발행에만 의존한 자본 확충 전략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보험사 자본 관리 전략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채권을 통해 외형상 자본을 늘리는 단계는 지나가고, 향후에는 이익 유보와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의 질을 높이는 방식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킥스 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본성증권 발행이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며 “기본자본 규제가 본격화되면 채권 발행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자본 구조 전반을 함께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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