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유통 결산 ①] 사모펀드가 남긴 빚더미, 10만 노동자 벼랑 끝 '홈플러스'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2025년 유통업계 결산의 가장 어두운 장면은 홈플러스의 이름으로 남게 됐다. 당혹감에서 걱정, 기대, 그리고 좌절.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지 293일째 되는 12월22일, 현장의 분위기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은 월급 기다린다" 

지난 16일 홈플러스 경영진은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12월 급여 분할 지급을 공식화했다. 19일에 일부를 우선 지급했고, 나머지 잔여 급여는 이틀 뒤인 24일 지급될 예정이다. 


유통 공룡이라 불리던 기업이 세금과 공과금 900억원을 체납한 것도 모자라, 직원의 월급봉투마저 쪼개야 할 만큼 유동성이 바닥났다.

경영진은 "분할 지급만이 지급 불능으로 인한 영업 중단을 막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1세대 이커머스인 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의 파산 수순을 홈플러스가 그대로 밟고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사모펀드 경영 10년, 남은 것은 '빚더미'와 '폐점'

이러한 파국의 원인으로 시장은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경영 방식을 정조준하고 있다. 2015년 인수 이후 계속된 자산 유동화(점포 매각 후 재임차)와 차입금 중심의 경영(LBO)이 업황 악화와 맞물리며 독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누적된 재무 부담은 결국 대량 폐점으로 이어졌다. 올해 3월 법정관리 신청 당시 "구조조정은 없다"던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 올해만 전국 15개 점포가 문을 닫았고, 이번 달에는 가양점을 비롯한 핵심 점포 5곳이 추가로 영업을 중단한다.

신선식품 경쟁력을 내세운 '메가푸드마켓' 리뉴얼로 반전을 꾀했으나, 고물가와 소비 위축, 온라인 중심의 재편이라는 파도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사모펀드의 자산 유동화 경영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지며 국정감사와 검찰 수사라는 사법 리스크까지 겹쳤다.

◆12월29일, 10만명의 생존권 걸린 '운명의 날' 

시장의 평가는 냉혹하다. 지난달 실시된 본입찰에서 인수 후보는 단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2조원대의 회생채권과 10만명에 달하는 고용 승계 부담은 투자자들에게 '독이 든 성배'였다.

이제 홈플러스에게 남은 시간은 단 일주일이다. 오는 12월 29일,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만약 이날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하거나 실현 가능한 회생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홈플러스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국적인 물류망과 10만명의 일자리를 지탱하던 홈플러스의 몰락은 단순한 기업 부실을 넘어 유통 생태계 전반의 재난으로 번질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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