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환율 안정화 노력에도 최근 1,470원대까지 오른 뒤 내려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에선 내년에도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내년에도 1,400원대 환율 유지되나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8원 내린 1,475.5원에 출발했다. 이후 한때 1,474.2원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1,475원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9월 말 이후 1,40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정부와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지만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장중 1,480원을 돌파하기까지 했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선 것은 8개월 만의 일이었다.
한국은행은 현재의 고환율 상황이 전통적인 금융위기는 아니라면서도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고환율로 인한 물가 상승과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환율이 현재와 같은 1,470원대 수준을 유지하게 되면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17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내년 소비자물가는 2.1%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원·달러 환율이 내년에도 현재처럼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환율의 물가 전가 효과 확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초중반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내년 환율 전망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원·달러 환율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리포트를 통해 “4분기 실제 환율과 전망의 차이를 반영해 2026년 달러·원 전망을 기존 1,390원에서 1,420원으로 기술적 상향 조정한다”며 “올해 10월 이후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4분기 평균 달러·원은 1,450원(12월 16일까지 누적)으로 전망치 1,420원을 큰 폭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번 높아진 환율의 상·하단에 대한 눈높이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도 구조적 상승의 힘이 반영되면 눈높이가 추가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연평균 1,420원을 중심으로 연내 적정 레인지(범위)는 1,350~1,500원으로 제시했다. 문 연구원은 “적정 레인지의 하단으로 갈수록 달러 저가 매수에 따른 환율 상방 압력이, 상단으로 갈수록 당국 개입 경계감과 달러 고점 매도 물량에 따른 하방 압력이 짙어질 것”이라며 “환율의 궤적은 연간 전망과 동일하게 상저하고 궤적을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의 경기와 수급 상황이 비교적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반기에 달러·원이 하단과 분기평균을 낮출 가능성이 높지만 연말로 갈수록 미국 경기 회복과 함께 달러화가 반등하는 가운데 구조적인 환율 상승의 힘이 다시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추가 상승 여력보다 하락 여력이 크다고 판단했다. 문 연구원은 “이미 환율이 매크로 펀더멘털로 추정하는 적정 환율(1,300원대 후반-1,400원대 초반)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하락의 시점과 폭을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외환시장의 수급 쏠림과 원화 약세에 대한 심리가 진정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18일 고환율 상황 대응을 위해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고도화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의 감독상 조치 부담을 한시적으로 경감하기로 했다. 여기에 이날 △선물환포지션 제도 합리적 조정 △외국인 주식 통합계좌 활성화 △거주자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 허용 확대 방안 등도 내놨다. 이는 외화 관련 규제를 풀어 달러 유출을 막고 유입을 확대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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