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국내에 1.5조 쏟는다…‘美 투자’ 둘러싼 영풍과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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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왼쪽)과 고려아연 CI. /각 사

[마이데일리 = 윤진웅·심지원 기자] 고려아연이 2029년까지 국내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전략광물·자원순환·연구개발(R&D) 분야의 역량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동시에 추진 중인 미국 제련소 투자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고려아연이 2029년까지 울산 등 국내에 약 1조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차질 없이 이행한다고 18일 밝혔다. 국내 전략광물 및 비철금속 허브로서 국가기간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부터 전략광물, 자원 순환, 환경, 안전 인프라 등 전방위에 걸쳐 자금을 집행한다.

우선 국내 전략광물 생산 허브로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설비투자에 나선다. 고려아연은 게르마늄 공장 신설에 약 1400억원을, 갈륨 회수 공정을 구축하는 데 약 557억원을 투자한다.

또 다른 전략광물인 비스무트 공장을 증설하는 데 2026년까지 300억원가량 집행한다. 증설을 마무리하면 비스무트 생산능력은 연간 1500톤으로 기존 대비 500톤 늘어난다.

인천 송도에는 R&D센터를 신설해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2028년 3월까지 약 1500억원을 투자하는 송도 R&D센터는 2026년 상반기에 착공한다.

자원순환 사업에 대한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2022년 말부터 1200억원 이상을 집행해 동 순환자원 처리공정을 개발해 왔다. 내년 시운전을 거쳐 본격 가동하면 연간 3만5000톤의 전기동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

2027년까지는 약 500억원을 투자해 납축전지 파쇄장을 증설한다. 연간 20만톤 규모의 납축전지를 파쇄할 수 있으며 폐배터리를 리사이클링해 재생연을 생산하는 역량이 한층 강화된다.

같은 기간 13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산소공장도 증설한다. 상업운전을 개시하면 조업에 필요한 산소 5만Nm³/hr, 질소 3만Nm³/hr를 추가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온산제련소 산소공장의 전체 생산용량은 산소 13만Nm³/hr, 질소 15만Nm³/hr로 늘어난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올인원 니켈제련소’를 건설하는 투자도 순항 중이다. 내년까지 약 5200억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로 2027년 상업운전에 들어가면 연간 4만2600톤의 이차전지용 니켈을 생산하게 된다.

환경 분야 투자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500억원 이상을 집행해 자가매립시설 설치 공사를 진행해 왔다. 내년 시운전을 목표로 하는 자가매립시설은 제련 공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한층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 분야 투자에도 힘쓰고 있다. 18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의 통합 관제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반면 영풍 측은 11조원 규모의 미국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지 합작법인(JV)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시점과 구조를 둘러싸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미국 현지 제련소 건설이 장기 프로젝트임에도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을 연내로 잡아, 불과 3영업일 차이로 JV에 약 442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자금 집행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납입 시점만 유독 앞당긴 배경을 놓고 이번 3자 유증의 목적이 미국 투자보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있다는 주장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미국 제련소 건설 추진과 함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신주 인수 주체는 ‘크루시블 JV LLC’이며, 대금 납입일은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다.

크루시블 JV는 미국 전쟁부와 산업부 및 미국 내 전략적 투자자, 그리고 고려아연이 참여하는 합작법인이다. 이번 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보통주 220만9716주를 2조8508억원(주당 129만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증자 전 기준으로 약 10.25%에 해당하며, 자사주 소각(68만10주)이 이행된 현재 시점 기준 크루시블 JV의 지분율은 약 10.59%까지 올라간다.

영풍은 이 정도의 지분이 현재 진행 중인 영풍·MBK파트너스와 최 회장 간 경영권 분쟁 구도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자가 정해지는 오는 31일 이전에 JV가 10%를 넘는 지분을 확보하도록 일정이 설계된 것 자체가 ‘우호지분’ 확보 의도와 맞물린다는 분석이다.

증자 시점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결산배당 공시를 통해 1주당 2만원 배당을 결정했으며, 배당기준일은 오는 31일이다.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이달 26일 납입으로 마무리되면 크루시블 JV는 연말 주주명부에 등재돼 곧바로 배당 대상이 된다. 그 결과 크루시블 JV에 지급될 배당금은 약 442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불과 며칠 차이로 상당한 현금이 외부로 유출되는 셈이다. 설계부터 완공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대규모 공장 건설 프로젝트 특성상 자금 집행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데도 굳이 연내 납입을 고집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장 착공 시점이 2027년 이후로 거론되는 점을 감안하면 자금 집행 일정과 증자 시점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그럼에도 납입을 연말로 맞춘 배경으로는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지분율을 희석시키는 동시에 최 회장 측에 우호적인 의결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앞서 영풍은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관련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영풍·MBK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배정은 상법과 대법원 판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라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은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고려아연은 “정관과 법률, 이사회 규정 등에 의거해 미국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와 함께 설립하는 현지 합작법인(JV)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계획도 법률과 규정을 따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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