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다시 150km를 던지기 위한 과정.”
정현우(19, 키움 히어로즈)는 올해 ‘구속 이슈’가 있었다. 분명히 덕수고 시절 150km 넘는 공을 뿌렸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고교야구가 많이 열리는 서울 목동구장에도 트랙맨이 엄연히 설치돼 있으니 조작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정현우의 올해 포심 평균구속은 단 141.2km였다. 고3 시절이던 작년엔 146~147km 수준이었던 걸 감안하면 많이 떨어진 셈이다. 작년 최고구속과 올해 평균구속의 차이는 약 10km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정현우가 고교 최고의 완성형 투수라고 해도 어느 정도 고전할 것이라는 각오는 내부에서도 하고 있었다. 엄연히 고교 타자와 프로 타자는 수준 차이가 크다. 또 5일에 한번씩 등판하는 스케줄이 아무래도 어려웠을 것이다. 첫 시즌 성적은 18경기서 3승7패 평균자책점 5.86. 그렇다고 해도 구속 저하는 뭔가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어쨌든 시즌 초반 팔꿈치 이슈로 2개월 가까이 결장한 것을 빼면 꼬박꼬박 마운드에 올랐다. 167일간 1군에 등록되며 풀타임을 채운 것만으로도 수확이다. 내년엔 안우진과 아시아쿼터 가나쿠보 유토의 합류, 외국인투수 2명 체제 시작 등으로 정현우에게 대한 기대감을 낮춰도 된다. 올 시즌은 3~4선발이었으나 내년에 5선발로 나설 듯하다.
정현우를 지난달 말 마무리훈련이 열린 원주 태장체육단지 야구장에서 만났다. 시종일관 담담했고, 진지했다. 신인답지 않게 일희일비하지 않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보람찬 마무리캠프였다. 내가 발전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확실히 잡혀서 좋다. 시즌만큼의 몸이 아니다 보니까. 비 시즌에 체력 훈련 위주로 하고 있다”라고 했다.
올 시즌을 돌아봤다. 정현우는 “변수에 대처하는 능력이 아쉬웠다. 이렇게 매일매일 경기해본 적도 없고, 매일매일 체계적으로 훈련해본 적도 없었다. 구속은, 그냥 다시 150km를 던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프로의 맛을 제대로 봤으니, 다시 150km를 찍고 발전하겠다는 의지다. 정현우는 “구속은 좋은 결과를 내는데 이점이 있다. 난 올해 직구 구속이 덜 나왔기 때문에, 구석으로 타자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배웠다. 내년에 구속이 더 잘 나오면 더 좋은 결과를 낼 것이다. 올 시즌 결과 역시 1년으로 판단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좋은 마인드다. 정현우는 “처음엔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4일 뒤에 던지고, 5일 뒤에 던져보니까 이걸 바꿔야 되겠다는 생각보다 저절로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게 됐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희일비를 안 하게 됐다. 올 시즌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첫 해 어떻게 했다고 판단하는 것도 좀 이른 것 같다. 앞으로 더 잘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래서 내년 목표도 구속 향상이 아니다. 정현우는 “기복을 줄이고, 정규시즌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다. 올해 몸이 조금이나마 적응했으니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좋은 결과는 꾸준한 과정에서 나오고, 난 그냥 꾸준히 내 길을 가고 싶다”라고 했다.

안우진의 합류는 정현우에겐 큰 복이다.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선배다. 정현우는 “리그 최고의 투수다. 우진이 형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배우고 싶다. 승부욕도 강하시고 준비가 철저한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배우려고 한다”라고 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