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시대는 다르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리그를 이끌었던 세 선수가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NO. 21 하나의 번호로 연결된 레전드들이며 한국 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선수들이다.
OB(두산 전신) 베어스 박철순, 한화 이글스 송진우,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그 주인공들이다.
세 선수는 지난 8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일구상 시상식'에 참석해 21번 영구결번 착장식 무대에 함께 올랐다. 이들이 같은 무대에 올랐다는 1982년 창단한 KBO 43년 역사에 큰 여운을 남기는 장면이다. 그럴 만도 한 게 이들은 박철순, 송진우를 보며 야구의 꿈을 키웠고, 선배처럼 되기 위해 21번을 달고 불혹을 넘긴 나이까지 한 팀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이다. 그리고 각자의 팀에서 영구결번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무대에 오른 박철순은 유니폼을 입은 송진우와 오승환의 가슴에 손을 올려보며 뜨거웠던 야구 열정에 경의를 표했고, 후배들은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프로야구 원년(1982년)에 22연승이라는 경이로운 대기록으로 남긴 OB 박철순은 13년간 29번의 완투승을 기록하며 '불사조'라 불린 최고의 선발 투수였다. 불혹을 넘긴 41살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갔고, 여러 차례 부상을 당하고도 오뚝이처럼 일어서 투지의 상징이 됐다.
'이글스의 전설' 송진우는 박철순을 보며 야구의 꿈을 키웠다. 그는 "박철순 선배님을 바라보며 21번을 택했고, 야구에 대한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라고 했다. 1990년대 최고의 21번은 송진우였다. 그는 21년간 통산 3003이닝 210승 2048탈삼진을 기록했고, 이 기록은 KBO 역대 다승과 이닝 통산 1위다.

2000대를 풍미한 오승환은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기록한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KBO에서는 21번을 달고 통산 427세이브를 남겼다. 오승환은 " 너무나 잘하셨던 선배님들 번호를 같이 썼고, 이렇게 영구결번까지 오게 됐다. 오히려 선배님들께 제가 감사할 뿐이다"라며 선배들에게 고개 숙였다.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마운드를 호령했던 박철순, 송진우, 오승환. 시대는 달랐지만 이들은 불혹을 남긴 나이까지 최고의 투수였다. 이제 21번은 단순한 번호를 넘어 철저한 자기 관리와 책임감의 상징이 됐다. 한국 야구의 정신적 자산인 셈이다. 앞으로 어떤 후배가 21번 전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전설이 될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박철순, 송진우, 오승환이 21번 영구결번 창작식을 했다 / 청담동 = 유진형 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