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엔비디아는 꿀 항아리” 서학개미 9조 짊어지고 ‘뉴욕 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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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구글 건물 /뉴시스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금융당국이 ‘1470원대 고환율’ 장기화의 원인 중 하나로 해외주식 투자를 지목하며 자금 유출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지만, 서학개미들의 ‘투심’은 꺾이지 않았다. 지난달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8조원을 넘어서며 10월에 이어 강한 매수세를 지속했다.

특히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제미나이 3.0’을 공개하며 인공지능(AI) 산업에 새 방향을 제시한 것이 국내 자금을 미국 시장으로 강하게 흡수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AI 기업 중심의 미국 증시가 여전히 거품 논란을 안고 있어,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투자자의 미국 증시 순매수 규모는 약 59억달러(약 8조7173억원)로 9조원에 육박했다. 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내국인의 미국 주식 투자는 5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10월에는 68억5000만달러(10조818억원) 순매수로 사상 최대치를 썼다.

전체 해외주식 전체 보관 잔액 규모를 놓고 보더라도 미국 주식에 대한 국내 투자자 선호는 꾸준했다. 지난달 미국 투자 잔액은 1611억7000만달러로 전체 잔액(1712억2000억달러)의 94% 이상을 점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서학개미 자금은 90% 이상이 미국 증시로 향했다.

미국 AI 버블 경계감과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금리 정책 발언에 따른 변동성에도 국내 투자자의 자금 투입은 뜨거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말 구글의 AI 서비스 ‘제미나이 3.0’ 효과도 톡톡히 서학개미 투심을 뜨겁게 달궜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제미나이 3.0을 공개했고 추론력과 코딩 능력에서 시장 호평을 받았다. 구글의 AI 전용 칩 텐서처리장치(TPU) 기반으로 설계된 제미나이 3.0은 “모든 게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AI 산업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고 AI 거품 우려를 일정 부분 걷어내면서 종목 상승을 이끌었다.

국내 개인투자자 미국 증시 상위 순매수 /자료=국제금융센터, 최주연 기자

상위 순매수 1등도 단연 알파벳으로, 지난달 순매수 금액은 10억달러(약 1조4737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한 달만 주가 상승률은 13.9%,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떨쳤다. 그 다음으로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던터 불 3X ETF(7억4730만달러) △엔비디아(7억1250만달러) △메타(5억5080만달러) △아이온큐(3억2100만달러 △팔란티어(2억6950만달러) △프로셰어즈 QQQ 3X ETF(2억6870만달러) △디렉시온 데일리 메타 불 2X 셰어즈(2억5400만달러) 순으로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레버리지 ETF 투자 확대가 눈에 띈다. 지난달 레버리지 ETF 순매수 규모는 25억5000만달러로 전월(8억달러) 대비 3.2배 증가, 상위 순매수 10위 안에 3종목이나 랭크됐다.

나스닥‧반도체 지수 2~3배 추종레버리지 ETF는 11배 증가(0.8억달러→11.2억달러), ‘매그니피센트7’ 개별 종목을 기초 자산으로 한 1.5~2배 레버리지 ETF에는 전달만 해도 투자가 전무했지만 6억달러 넘게 유입됐다. 이 밖에도 데이터분석 솔루션기업 및 소형모듈원전(SMR) 지수 2배 추종 ETF에도 1억달러 넘게 순매수했다.

◇美 증시 ‘뜨거운 감자’…고평가 vs 실적 기대 충돌

그럼에도 미국 증시를 둘러싸고 버블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미국 증시가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고평가 우려와 실적 기대감이 충돌, 버블 여부 논의가 다시 부상했다.

구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3.0'/구글

‘버블 찬성파’는 생성형 AI 사업의 95%가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0.6배로 장기 평균(16.2배) 대비 2배 수준이라는 것에 착안해 이익 증가 속도가 주가 상승을 “정당화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버블 반대파’는 2000년 초반 닷컴 버블과 달리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AI 선도 기업들의 풍부한 영업이익과 잉여현금흐름 창출을 근거로 버블 반대론을 펼친다.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닷컴 버블 수준과 유사하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5%로 과거 수준(20%)을 상회, 수익 기반이 견고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투자업계는 AI 기술 혁신성은 분명하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동시에 부채 축적으로 인한 ‘투기 금융’ 단계 진입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부장은 “현재 가장 큰 위험은 AI 기술 자체의 실패가 아니라, 과도한 부채로 인한 금융시장 조정 가능성”이라면서 “특히 벤더 파이낸싱(판매자 금융)이라는 잠재적 뇌관이 현실화할 경우, 그 충격은 단순한 주가 조정을 넘어 IT 산업 생태계 전반의 연쇄적 신용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용스프레드, 빅테크 실적, GPU 가격 변동 등 관련 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금융 취약성에 대한 경계는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벤더 파이낸싱 : 기업이 장비공급업체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장비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금융 기법으로 자금지원을 받은 대가로 상대 회사에 장비 납품 우선권을 주는 대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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