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법사위’… 대통령 주요 일정마다 ‘이슈’ 만드는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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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7박 10일간의 해외순방 일정을 소화 중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엇박자’를 노출하는 상황이 재연됐다. 사진은 김병기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7박 10일간의 해외순방 일정을 소화 중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엇박자’를 노출하는 상황이 재연됐다. 사진은 김병기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7박 10일간의 해외순방 일정을 소화 중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엇박자’를 노출하는 상황이 재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에 대해 고발하겠다고 밝히자, 당 지도부가 “사전 논의 없었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통령 주요 일정마다 여당이 엇박자를 드러내는 모습이 반복되자,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일을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범여권 법사위, ‘검사장 고발’에 엇박자 재연

20일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의 ‘검사장 고발’ 방침에 사전 논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고발은) 지도부와 사전 논의가 없었다”며 “원내대표뿐 아니라 당 지도부에서도 논의가 없었다. 법사위 차원에서 논의해서 추진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 등 범여권 의원들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집단 반발한 검사장 18명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발 소식이 알려지자, 김병기 원내대표는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같은 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그런 일은) 정교하게, 일사불란하게 (추진) 해야 하는데, 협의를 하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뒷감당은 거기서(법사위서) 하라고 (하라)”고 말했다. 사실상 법사위의 ‘지도부 패싱’ 논란이 재연된 셈이다.

이러한 민주당 내 ‘엇박자’는 이 대통령의 주요 일정마다 반복돼왔다. 지난 9월 11일 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당시 민주당이 ‘특검법 개정안’에 대해 여야 합의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정청래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공개 충돌하는, 이른바 ‘투톱 갈등’이 불거지면서 주목도가 분산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이 대통령이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으나, 같은 시기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지도부와 사전 논의 없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 의결을 강행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법사위의 청문회 추진에 힘을 싣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에 대해 고발하겠다고 밝히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사전 논의 없었다”고 밝히는 등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진은 민주당 소속인 김용민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이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 뉴시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에 대해 고발하겠다고 밝히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사전 논의 없었다”고 밝히는 등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진은 민주당 소속인 김용민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이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지도부는 이러한 논란을 염두에 두고 최근 이 대통령 외교 성과를 뒷받침하는 데 주력해왔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님이 (해외) 나갈 때마다 꼭 당에서 이상한 얘기 해서 성과가 묻히는 경우는 앞으로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실제 그는 검찰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자제해 왔다.

민주당이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한 국정조사에 대해 여야 합의를 시도하는 것도 이에 대한 일환이었다. 김 원내대표가 검사장 고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도 이러한 방침이 무색해진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당내 엇박자 논란이 반복되자 정치권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대통령의 외교 (일정) 중에 민주당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일을 자처하고 있다”며 “여기에 국민의힘이 반발하면 대통령 외교 성과가 묻히고 만다. 당은 물론 이재명 정부한테도 유리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검사장 고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당한 의견을 개진한 18명의 검사장을 격려하기는커녕 ‘집단항명’, ‘중대범죄’라는 터무니없는 비난으로 매도하며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나섰다”며 “범죄 조직에 가담하면 좋은 자리를 주고, 반기를 들면 손가락을 잘라버리는 조폭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당 지도부에서 불만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법사위는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법사위 소속인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고 집단 행위 한 것에 대해선 엄단하는 모습을 보여야 이후에도 검사들이 정치 세력화하는 데 대응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모아져 고발하게 됐다”며 “저희(법사위)가 토론할 때는 원내지도부와 논의가 됐는지 여부는 확인은 안 했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결론이 나면 그것이 간사나 위원장께서 원내지도부와 교감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실 참모가 국회에서 야당 의원과 언쟁을 주고받아 논란이 됐다. 사진은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전세 관련 질의를 듣던 중 가족이 언급되자 격노하고 있고, 옆에 있던 우상호 정무수석이 만류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실 참모가 국회에서 야당 의원과 언쟁을 주고받아 논란이 됐다. 사진은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전세 관련 질의를 듣던 중 가족이 언급되자 격노하고 있고, 옆에 있던 우상호 정무수석이 만류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 대통령 순방 중 국회서 ‘격노’한 대통령실 참모

이러한 가운데, 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실 참모가 국회에서 야당 의원과 언쟁을 주고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갭투자 의혹’을 제기하던 상황에서 자신의 자녀까지 거론하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청년들한테, 따님한테 임대주택에 살라고 말하고 싶으신가’라고 김 의원이 질의하자, 김 실장은 “제 가족에 대해 그런 식으로 하지 마시라”고 맞섰다. 

설전이 이어지자 김 실장 옆자리에 앉았던 우상호 정무수석이 “그 정도 하시라”며 만류했지만, 언쟁은 이어졌다. 급기야 운영위원장인 김 원내대표가 “정책실장 지금 뭐 하는 건가. 여기가 정책실장 화내는 곳인가”라고 질타하자, 김 실장은 “송구하다”고 말하며 일단락됐다.

이처럼 김 실장이 이 대통령이 외교 순방 중인 상황에서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박 평론가는 “(이 대통령 외교 일정을) 전혀 고려 못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에서도 김 실장 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권칠승 의원은 지난 19일 KBS 라디오에서 “대통령실에서 국회에 출석한 정부 위원이 어제(18일) 정도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는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그래서 태도 자체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해 (김 실장) 본인이 송구하다는 얘기를 했기 때문에 넘어갈 수는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 질책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김 실장은 같은 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제가 좀 더 부드럽게 답변하는 훈련을 더 해야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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