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하루 평균 7000억원씩 증가하는 등 예금 수요가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약 6개월 만에 예금 금리가 3%대를 회복하자 안전자산을 찾는 ‘예테크족(예금+재테크)’ 자금이 은행으로 대거 몰리고, 은행권은 잇따라 금리를 올리며 치열한 수신 경쟁에 돌입한 모습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조5621억원 증가했다. 전월 말 965조5689억원에서 974조1310억원(11월 18일 기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하루 평균 약 7000억원씩 예금이 불어난 셈이다.
이 같은 자금 유입은 시장금리 상승과 은행들의 금리 인상 경쟁이 맞물린 결과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중장기 국고채·은행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 높은 시장 금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최근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연 2.820%로 3개월 전보다 약 0.4%포인트(p) 상승했다.
실제 신한은행은 ‘신한my플러스정기예금’의 1년 최고금리를 연 2.80%에서 3.10%로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을 연 3.00%까지 끌어올렸으며, WON 기업정기예금의 경우 최고 3.05%까지도 예금 이자로 받을 수 있다.
지방은행은 전북은행이, 외국계 은행은 SC제일은행이 연 3% 이상 금리를 제공하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일부 상품은 하루 만에 금리가 0.05%p가 오르는 등 변동 폭이 급격하게 커지기도 했다.

주식시장 활황은 은행들의 금리 인상 경쟁을 부채질했다. 국내외 증시 호황에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이 대거 이탈하자 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높여서라도 자금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20조4491억원(18일 기준)으로 집계됐고 이는 전월 말(647조8564억원) 대비 27조4073억원 감소한 규모다. 이탈한 자금이 다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며 예금 쏠림 현상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증시 변동성은 예금 시장으로의 자금 대이동을 자극하고 있다. 급등했던 코스피가 다시 4000선 아래로 내려오고, 미국 증시에서도 ‘AI 버블’ 경고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상황이다.
시기적으로 연말과 연초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연말 예·적금 만기가 집중되면서 은행들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예금 금리 3%대 복귀 이후 ‘뭉칫돈의 방향’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면서 “은행권의 금리 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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