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SK그룹이 연말 인사·조직개편 시즌과 맞물려 사업 재편 작업에도 대대적으로 나섰다. 반도체 웨이퍼(실트론), 배터리 분리막(SKIET) 등 미래 핵심 소재 기업은 물론 SK텔레콤이 보유한 데이터 홈쇼핑 자회사 SK스토아까지 매각 대상으로 올리며 그룹 차원의 전방위적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 동시에 그룹 내부에서는 일부 핵심 사업에 대한 수직 계열화가 이뤄지며 ‘선택과 집중’ 전략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20일 SK㈜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SK㈜는 AI·반도체·배터리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미래 사업에 재원을 집중하기 위해 그룹 내 현금화 가능한 자산을 과감히 정리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매각 리스트에는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평가되던 핵심 자산들이 대거 포함된 상태다. 이들 자산의 향방은 연말까지 예정된 재공시 일정을 통해 순차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SK㈜는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지분 70.6%)의 매각을 공식 검토 중이다. 관련 내용은 내달 3일 재공시로 진행 상황을 밝힐 예정이다. 배터리 분리막 기업 SKIET 역시 지분 일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같은 달 11일 관련 내용을 재공시할 계획이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업체 SK오션플랜트도 매각 대상으로 올려 놓고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SK텔레콤 산하 SK스토아는 이미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돼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SKC, SK네트웍스, SK에코플랜트 등 다른 계열사들도 사업 구조 재편에 한창이다. SKC는 CMP PAD 사업부를,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사업부를 매각했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사업 자회사 25곳을 정리하는 등 계열사 단위 구조조정에 속도를 냈다.
이와 동시에 SK그룹은 핵심 사업의 내재화를 위한 수직 계열화를 병행하며 그룹 내부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SK머티리얼즈 일부 사업체 지분을 주식 교환·현물출자 방식으로 흡수해 환경·소재 통합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도 SK파워텍이 SK키파운드리로 이관되며 파운드리 중심의 역량 통합이 이뤄졌다.

SK㈜가 전 계열사에 걸쳐 유례없는 사업 재편을 단행하면서 단기적인 재무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실례로 SK스페셜티 매각 등으로 1조8000억원의 차익이 반영되면서 SK㈜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09.38% 늘어난 2조2415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올 3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하며 그룹 전체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이같은 성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과정 속 예상되는 내부 반발과 지역 사회의 반대 여론 등의 암초를 넘어야 한다.
당장 SK에코플랜트가 추진 중인 SK오션플랜트 매각은 지역사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며 난항을 겪고 있다. 2022년 삼강엠앤티 인수를 통해 SK오션플랜트를 출범시킨 SK에코플랜트는 지난 9월 초 신생 사모펀드(PEF)인 디오션자산운용 컨소시엄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문제는 SK오션플랜트가 방위산업 사업자이면서 동시에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전략인 ‘기회발전특구’의 핵심 기업이라는 점이다. 경상남도 등 지자체는 해상풍력 분야 전문성이나 자금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신생 PEF가 공공성이 큰 기업을 인수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상남도는 우선협상대상자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매각이 무리하게 추진될 경우 특구 지정 해제 등도 검토할 수 있다며 사실상 매각 철회를 압박하고 있다.
SK스토아 역시 노동조합 측에서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현재 노조는 매각 반대 투표에서 한 명의 불참자를 제외하고 99%가 찬성하면서 단계적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매각 성사의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홈쇼핑·T커머스 사업자의 최다액출자자가 변경될 경우 방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심사에서는 인수 기업의 재무 안정성과 지속 가능한 경영 역량이 핵심 평가 항목으로 꼽히는 만큼 인수 주체인 라포랩스가 이러한 요건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까지 이어질 SK실트론·SKIET·SK오션플랜트 등 ‘알짜 매물’의 최종 향방이 향후 SK그룹 포트폴리오 재편과 경영 구도의 성패를 가를 핵심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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